“차별이 뭘까요?” 지난해 퀴어동네는 ‘퀴어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이라는 주제로 여기저기서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 중간중간 참가자들에게 경험과 생각을 물었는데, 그중 하나의 질문이었다. 누가 노무사 아니랄까 봐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한 참가자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별은 화장실이예요.”태어났을 때 지정된 성별과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에게 화장실은 집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가 된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공중화장실은
본지 2024년 3월13일자 24면 ‘노동조합의 공간을 찾아서’ 제목의 칼럼에서 필자 사진이 동명이인인 다른 변호사님의 사진으로 잘못 나갔습니다. 두 분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고향 아일랜드로 10년 만에 돌아온 지미에게 마을의 청년들이 간청한다. 문이 닫힌 마을회관을 다시 열어달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춤추고 싶다고. 켄 로치 감독의 2014년 작 ‘지미스 홀’(Jimmy's Hall)은 민중과 그들의 공간이 갖는 의미에 대해 다룬 영화다. 영화 속 아일랜드 지배층은 민중이 자신들의 공간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때로는 공부하고 토론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민중이 그들의 공간을 갖는 것을 두려워해 필사적으로 마을회관을 닫으려고 한다. 20세기 초반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낯설지 않다.20
이주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명분은 ‘저출생’이다. 육아와 집안일에 여성들이 부담을 느껴 출산을 하지 않으니까 낮은 비용으로 육아와 집안일을 대신할 사람을 구하자는 것이다. 고령화로 돌봄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값싼 인력을 수입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주장부터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의 가사노동자 임금이 높다는 주장까지 남발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과 비용 부담을 완화하자며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서 “
“암만큼 무서운 게 빈곤 아닌가요?”30대 유방암 환자 쟤(정지혜)의 말이다. 다른몸들에서는 2020년 아픈 몸으로 사는 시민들을 공개 모집해서, 자신의 질병 경험을 담은 시민연극 를 무대에 올렸다. 당시 유방암 환자 쟤는 일자리를 구하러 고용센터에 상담갔다가 고용센터 직원에게 저렇게 말한다.구직 상담 중에 고용센터 직원이 ‘아픈 사람이 왜 일을 하려고 하냐’며 핀잔을 줬기 때문이다. 쟤는 분노하면서 ‘약값이 한 달에 수백만 원에 달하고, 의사가 일해도 된다고 했으며 적당한 노동이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고
일하며 산다. 하지만 권리는 없다. 이 사회에서 일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노동’의 권리로부터 배제된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7천845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금액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된 경우에 한해서다. 무늬만 프리랜서로 위장돼 근로기준법을 빼앗긴 노동자들의 체불액은 통계조차 없다.고소득 전문가? 현실은 저임금 체불자이 사회는 프리랜서를 고소득 전문가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평균임금 190만원에 출퇴근하고 사용자 지휘와 감독을 모두 받지만 권리만 프리랜서인
1. 오늘이다. 이렇게 끄적거리고 있는 오늘이 아니고, 이렇게 끄적거린 이 칼럼이 게재되는 그날이다. 드디어 2024년 3월12일 오늘,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근로가 파견근로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대법원에서 판결이 선고된다. 하루를 남겨두고 대법원 재판부가 갑자기 선고 연기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오전에 금속노조 간부로부터 ‘별일 없이 선고될 것이냐’고 묻는 전화가 왔는데, 나는 ‘아직까지는 별일 없다’고 대답해 줬다.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지난주 피고(현대제철)가 대법원에 선고연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래서 걱정이 돼 문의하
흔히 폐기물이라고 하면, 가정에서 버리는 생활폐기물을 떠올린다. 그러나 대한민국 전체 폐기물 중에서 생활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하다(2022년 기준). 나머지 91%는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기물, 소위 ‘산업폐기물’이다.현재 정부 정책은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에 적용되는 원칙을 다르게 해 놓았다. 생활폐기물은 ‘발생지 책임의 원칙’이 적용되어서 폐기물이 발생하는 곳에서 처리를 해야 한다. 다른 지역으로 떠넘기지 못하는 것이 원칙인 것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수집·운반부터 재활용, 소각, 매립 등의 전체 과정을 책임지고
지난달 12일 호주 의회에서는 ‘허점을 막는 법(Closing Loopholes Act)’이라는 별칭을 가진 공정노동법 개정안이 통과했다. 공정노동위원회를 통해 노동법의 울타리 바깥에 있던 플랫폼 노동자와 도로 운송노동자의 노동 기준을 설정하고 이들의 발언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노동법의 허점을 보완하고자 한 개정안의 의미가 선명하게 다가온다.우리 사회에도 노동법의 공백 상태에 놓여 있는 영역이 다수 존재한다. 20세기 초 대량 생산 체제 속 노동자를 원형으로 하는 현재의 노동법이 노동세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
예산은 법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예산은 법이 아니다. 예산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에서 예산이 법이 아닌 나라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예산편성권이 의회에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인 미국도 예산편성권은 국회에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국회 본연의 임무가 입법이기 때문이다. 따
새벽 5시15분. 휴대전화 알람소리에 하루가 시작된다. 씻고, 말리고, 입고. 몸에 새겨진 루틴에 떠밀리듯 출근준비를 하고, 노트북과 자료들로 터져나갈 것 같은 백팩을 둘러맨다. 얼굴에 비비크림 하나 못 바른 상태로 까딱하면 놓쳐버렸을 버스에 몸을 싣고는, 휴~. 먹고살기 힘들구먼. 흔들리는 좌석에 기대어 앉아 비로소 생각에 잠긴다. 이번엔 무슨 주제로 글을 써볼까? 3·8 세계여성의 날에 어울리는 내용이면 좋겠는데. 그리하여 일곱 번째 사연은 20년째 월급쟁이로 살아가고 있는 한 여성노동자 이야기로 준비했다. 주인공은
요즘 한국 언론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 정당의 22대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보도에 혈안이다. 민주당 보도는 친명과 비명 갈등에, 국민의힘 보도는 친윤과 비윤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언론은 한 달여 동안 세상엔 두 갈등만이 존재하는 듯 몰입했다. 몰입의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신문 지면엔 국민의힘이 검사 출신을 생각보다 많이 뽑지 않았다거나 비명이 어떻게 분화하는지 세세하게 실린다. 사실은 국민 삶과 1도 관련 없는 뉴스들이다. 언론이 22대 국회 앞에 놓인 시대 과제를 짚어 주리라곤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공천 흐름
지난 번에 50명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골격을 다뤘다. 이번에는 실무적인 지점을 다루도록 하겠다. 사업장 위험요인 파악과 관리·예방법이다. 위험성평가와 안전보건관리계획 수립, 안전보건관리계획 수립시 필요한 내용, 수립한 안전보건활동을 실행기록을 관리하는 방법을 다루겠다.Step.4 위험성평가 수립정부에서는 ‘위험성평가’중심의 자율안전보건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 5월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고시)’를
1994년 서울지하철 파업1994년 6월24일부터 30일까지 1주일 동안 지속된 서울지하철노조 파업은 11차례에 걸친 임금협상이 결렬된 데 따른 것이다. 노조는 총액기준 15.54%인상과 100억원의 사내복지기금 출연 등을 요구했으나 공사는 3%의 인상과 30억원의 복지기금 출연을 제의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파업은 전국기관차협의회(전기협)가 8시간 노동제와 민주노조 결성 등을 요구하며 사무실에서 농성을 벌이다 공권력 투입으로 연행되면서 전국적인 철도파업으로 이어져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교통난을 유발했다.서울지하철 노동조합은
여태 꽃샘추위가 물러나지 않아 서늘한 새벽 공기에 옷깃을 조여 올리며 나섰다. 이번주 공연이 있는 음악가가 탄 비행기가 이른 시간에 도착해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 팀은 영국에서 온 9명으로, 만나기 전 조금이라도 이름을 익히려고 명단과 여권 사진을 여러 차례 들여다봤다. 그렇게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떠올리며 공항으로 향했다.글쓴이에게 공항은 해외 음악가를 맞이하러 가는 곳이자, 배웅하는 곳, 또한 국내 음악가와 투어에 오르는 공간이다. 우리는 해외팀과 업무가 많은 편이라 이곳에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본지 3월4일자 2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짙어진 ‘위험의 외주화’ 그림자”, 4면 “삼성 전자계열사 4곳 노동자 자살 ‘고위험군’” 기사와 관련해 삼성전자측은 “관련 규정과 법률을 철저히 준수하며 임직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알려 왔습니다.
“회사에서 결혼한 직원에게 축하금을 지원합니다. 결혼 안 한 직원을 차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혼 안 한 직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할 수 없나요?”결혼이나 출산을 이유로 소속 노동자에게 유급휴가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회사의 제도는 차별이라 보기 어렵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노동현장에서 결혼해 아이를 둔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하여 설계된 복지혜택을 비판하며 비혼 혹은 출산하지 않은 노동자에게도 동등한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정부는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유사한 경
지난해 12월,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렌 셔먼(Len Sherman)이 쓴 우버와 관련한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2023년 우버의 매출이 순항하고 있으며 그 결과 주가가 두 배 넘게 올랐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이 글은 우버의 수익이 노동자에게 돌아갈 몫을 깎아서 이뤄냈다고 조목조목 따지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버의 수수료율이 40%에 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주장은 우버의 공식적인 입장과 크게 어긋난다. 우버의 CEO는 한 인터뷰에서 우버의 수수료율이 15%라고 밝혔기 때문이다.이 기사는 기시감과 궁금증을 동시에
“나 여행 가 있는 동안 민지가 시아버지 식사 챙기러 올 수 있나?”결혼한지 1년도 채 안 된 내 친구가 시어머니한테 들은 말이다. 요즘 어디 가서 여성이라 차별받은 얘기를 하면 “그건 다 옛날 일 아니냐, 요즘 MZ들은 안 그렇다더라”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틀렸다. 옛날이 아니라 아직도 있는 요즘 일이다.다 큰 성인 남성이 혼자 밥을 못 챙겨 먹는 것도 아닐 텐데, 시아버지의 밥을 당신들 자식도 아닌 남의 딸 며느리에게 말하는가. 아직도 밥과 같은 식사와 챙김, 돌봄은 여성의 몫이구나, 이상한 문화가 바뀌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
절기를 가늠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난 우수(雨水)에는 ‘눈이 녹아 비로 내린다’는 이름의 뜻과 같이, 늦은 밤까지 비가 내려왔습니다. 지구가 이렇게나 아픈데, 절기에 따라 비가 내려오고, 바람에 온갖 내음이 섞여들고 볕이 달라지는 것이 서럽고도 고마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스물네 개 중 세 번째 절기, 경칩(驚蟄)입니다. 이름을 풀어보면 ‘잠 들었던 벌레들이 놀라 깨어난다’는 뜻인 듯합니다. 그 이름 뜻보다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폴짝, 몸을 움직이고 소리 높여 봄을 알리는 때로 오늘을 기억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