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소해 줄 거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난주 금요일(14일), 금융노조와 상담하면서 이렇게 대답했다.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관한 수정안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심의·의결했다. 기획재정부는 6일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이러한 사실을 알리면서 “수정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따라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이 ’23년 상반기에 ’22년도 실적을 평가하며, 최종 평가결과는 ’23.6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노동조합은 “소송을 통해서 취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내게
종종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 그럼 꼭 물어 본다. “직장에 불만 없는 사람 있어요? 손 한번 들어 주세요.” 당연히 아무도 손들지 않는다. “그럼 직장생활에 만족하시는 분은요?” 역시 마찬가지다. “제가 너무 했죠? 그럼 당장 그만두실 분은요?” 역시나다. 이쯤 되면 질문은 그만할 때가 됐다. “글쵸. 생계 때문에 당장 그만둘 수도 없고, 만족스럽지도 않고, 그러면 하나뿐이죠. 직장을 더 좋게 만들어야죠.” 이어서 노동조합을 하자고 말할 법도 한데, 내가 뭐라고 대뜸 노동조합을 하자고 하겠나. “K-직장인을 보호하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56명은 지난달 14일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가압류신청을 제한하는 법률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소위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노란봉투법은 2009년 정리해고에 반발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2014년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면서 시작된 시민들의 모금운동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19·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고, 21대 국회에는 관련 법안 7건이 계류돼 있다.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 문제를 해
“3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고 말하는 것은 뒤늦은 깨달음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8개월여가 지난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3차 세계대전은 이미 지난 2월에 시작됐다. 물론 이 전쟁은 아직 전면화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냉전은 말할 것도 없고, 열전 또한 이미 점점 확대·격화하고 있다.지난 7일자 한겨레신문에 재일교포 지식인인 도쿄경제대 서경석 명예교수의 ‘나쁜 예감’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70여년의 인생을 통해 보아 온 세계가 이제 확실히 크게 바뀌려 하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더 나쁜 쪽으로. (중략) 러
정치 재난지난달 24일, 기후재난에 대한 공감이 쌓이고 확장돼 대규모 기후정의행진이 펼쳐졌다. 그러나 애틋한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정치 재난이 반도를 휩쓴다. 누군가에게는 찰진 상투어겠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몹시 불쾌한 쌍욕인 배제와 적대의 언어 한마디로 전국이 들썩인다. 그러더니 친일과 반일, 친중과 반중, 친미와 반미, 친북과 반북의 틀을 넘어서지 못한 날 선 언어들로 요란하다.미국이나 영국에서 젊은 층 사이에 사회주의는 새로운 밴드 이름이나 제일 잘나가는 클럽 이름처럼 멋지게 느낀다는 얘기가 몇 년 전부터 들렸다. 그러나 사
큰딸은 음악 재능이 뛰어났다. 대중음악은 물론이고 꽤 복잡한 클래식 곡도 한 번 들으면 바로 피아노로 쳤다. 피아노 건반 서너 개를 동시에 쳐도 음을 정확히 맞췄다. 사람들은 ‘절대 음감’이라고 했다.큰딸이 중학교 다닐 무렵 우리 부부는 고민했다. 짧은 고민 끝에 우리 부부는 예술고 진학을 포기했다.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지만 이 나라에선 문화예술이 유독 돈에 더 많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딸에게 충분히 설명했다. 지금 20대 후반이 된 큰딸은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재미와 취미로 음악적 재능을 뽐내며 산다.경찰이 최근 연세대
태풍 힌남노가 남긴 상처는 깊었다. 포항시는 태풍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국내 최대 제철소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압연 생산라인을 비롯한 공장 일부 시설이 침수됐다. 공장 가동이 중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포항 지역으로 보면 지역 최대 사업장에 타격이 온 것이고, 국가적으로 본다면 철강 생산차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요 제조업 생산일정 차질이 생겼다.포스코 사측은 철강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6개월 이내에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일부 보도에선 최대
지난 4월 현대차 MZ노조라고 불렸던 현대자동차그룹 사무연구직노조의 이건우 위원장이 퇴사했다고 한다. 기존 노조와의 차별화, 생산직 위주 교섭 탈피, 사무직에 대한 차등 보상 등을 내세워 커뮤니티 가입 직원이 5천명에 달하는 등 세를 불렸으나 교섭권 확보 실패로 인해 내부 동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MZ노조라고 불리는 신생노조들의 설립은 올해 초 대기업·공기업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그리고 언론과 사회는 이들을 ‘공정을 위해 싸우는 신세대’라고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양대 노총은 청년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지도부에 청
한국 사회에서 파업은 안 좋은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파업’은 헌법에 있는 기본권이다. 헌법 33조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단체행동, 즉 파업할 권리가 이미 헌법에 명시돼 있는 것이다. ‘파업’이 노동자의 기본권인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가 기업의 이윤 중심으로 구성·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과 불평등,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되지 않기에 노동자들에게 ‘파업’이라는 집단적 힘을 부여해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파
“호봉제 쟁취!”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상징하는 구호 중 하나다. 1980년대 중반까지도 대기업 생산직의 임금은 공장 앞 식당 아르바이트 직원의 시급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았다. 거리로 뛰쳐나온 노동자들은 고민할 것도 없이 임금인상을 외쳤다. 요구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20~30%의 인상률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무직과의 차별 해소였다. 후자가 특히 절박했다. 생산직에는 사무직의 상여금과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임금격차와 박탈감이 상당했다. 노동가요 ‘철의 노동자’에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가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지난달 이 지역 이주(노동)시민과 가을 한마당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분주한 날을 보냈다. 행사 장소 물색, 행사 준비 기획팀 구성, 기획안 작성, 홍보·예산 마련, 그리고 각 국가별 이주공동체 리더들과의 대화 등 빠듯한 일정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준비했던 가을 한마당 기획배경을 말하자면 ‘이주노동자의 한국 안착’ ‘각국 이주공동체와 한국 공동체의 친목형성을 통한 교류’였다.광주일보는 지난 3일 이 날의 풍경을 이렇게 썼다. “이번 행사는 단순 체육대회가 아닌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인도네시아·네팔·
어느덧 100일이다. 지난 6월1일 치른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12곳,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146곳에서 국민의힘 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충남지역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 김태흠이 충청남도지사로 당선됐고, 도내 15개 기초단체 중 12곳이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을 맞았다. 7월1일 임기를 시작한 이들 민선 8기 지방정부의 장들이 지난주 금요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력 교체가 예고했던 변화들도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밟힌 것은 도정 운영의 비전이다. 내가
1. 마지막까지 미뤘다. 지난달 29일에 선고된 판결문을 최대한 늦게 송달받기 위해서였다. 일부 승소라는 결과만 법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채 구체적인 판결의 결과와 내용을 알지 못하고서 자동송달 처리되는 날이 돼서 판결문을 송달받았다. 지난주 금요일(7일)이었다. 이날 오전 노조로부터 판결을 묻는 연락이 왔는데, 그제서야 나는 판결문을 읽어 보고서 대답해 줄 수가 있었다.2019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 뒤 노사합의를 하고 이를 수용한 많은 원고들이 소를 취하했다. 사측이 원고들에 대한 급여 자료 제출을 미뤄서 원고들의
2017년 1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한 달에 한 번 정도 회의에 참석해 왔다. 2020년 7월1일 재위촉되면서 현재까지 6년 넘게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답답함은 금할 길이 없다. 그 답답함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처음에는 불합리한 행정에 있다고 봤다. 산재재심사위를 경유한 사건들이 그렇지 않은 사건들에 비해 행정소송 패소율이 높은 것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폐지됐지만 2년 가까이 산재재심사위는 뇌심혈관질환 사건 소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사실상 뇌심혈관질환 사건을 자의적이고 편파적으로
10월14일부터 정의당 당대표 선거가 시작된다. 위기는 오래됐고 애쓰는 이들이 정의당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당직선거가 한국 정치와 노동정치에 또 다른 출발점이면 좋겠다.첫째, 진보정당이 일하는 시민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길 기대한다. ‘노동’과 ‘정치’라는 문제에 끈질기게 천착해 온 당대표가 당 방향을 과감하게 제시했으면 한다. 의제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보다 시민의 구체적 삶에서 논의하면 좋겠다. 가령 탈석탄 정책은 현 발전사 정규직 노동자의 75%밖에 수용할 수 없다. 피해가 집중될 게 분명한 5개 발전사 소속 하청·비정규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을 또 교육부 장관에 지명하자 한겨레는 지난달 30일 5면에 “‘공교육 실패는 진보 탓’ … 내 탓은 모르는 MB교육 설계자”라고 혹평했다.보수언론도 이주호 장관 컴백을 반기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같은날 5면에 “이주호, 10년 만에 교육장관 컴백 … 야 ‘교육 양극화 장본인’”이란 제목으로, 한국일보는 4면에 ‘교육부 장관 이주호, 경사노위 위원장 김문수 … 올드보이 선택한 윤 대통령’이란 제목으로 각각 보도했다.한국일보는 이날 ‘공교육 후퇴 이주호, 10년 만에 또 교육부 장관’이란 사설에서
아름다움과 추함은 하나다지인에게 해바라기 한 송이를 선물받았다. 포장지로 잘 감싸져 있었는데, 줄기 끝에 플라스틱 캡이 보였다. 물을 넣어 꽃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용도인 듯했다. 해바라기를 창가에 세워 두고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러다 최근 살펴봤다. 꽤 시들었으나 아직 노란빛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캡 속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고인 물이 썩어 누렇게 변했고, 줄기에는 정체 모를 애벌레가 기어 다녔다. 스스로의 무심함을 반성하다 새삼스레 깨달았다. 아름다움과 추함은 결국 하나라는 사실을.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도통 추함을 마주할
20대 ㅇ씨는 서울에 있는 사회복지관에서 일한다. 그녀가 일하는 복지관은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그는 이곳에서 지역의 저소득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사업 안내와 시설 운영비 회계업무 등을 담당한다. ㅇ씨는 월 기본급 200만원에 식대가 10만원 남짓으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일하는 친구들에 비해 임금이 낮았다. 그러나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일했다.ㅇ씨는 일을 시작한 후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를 통해 자산형성을 고민했지만 크게 실망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는 임금지급 능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기업 청년노동자들의 자산
정치 뉴스를 챙겨보는 사람들에겐 ‘가처분’이라는 단어가 익숙할 것이다. 가처분 신청의 인용 여부에 따라서 사건에 얽힌 당사자들의 지위가 순식간에 변한다. 정당의 유력 정치인과 비상대책위원회의 운명이 가처분 결정의 내용에 따라 갈린다. 각 언론사들은 가처분 심문기일의 공방 내용까지 상세하게 보도한다.그런데 가처분은 뉴스 속에서만 발생하는 멀리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나 당신이 노동자라면 언제든 가처분 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면 된다. 불통 행보를 이어 나가는 경영진을 비판
습관이 몇 개 있다. 소셜미디어에 어디를 방문한 사진이나 글을 올릴 땐, 그 자리를 떠나고 나서 올린다. 사는 동네를 추측할 수 있을 만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직장 정보도 온라인상에는 최대한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활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택시는 최대한 타지 않지만 일이나 약속이 늦게 끝나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할 때는 카카오택시로 동선이 남게끔 한다. 차 번호는 친구에게 카톡으로 남겨 둔다. 어둡고, 다니는 사람이 드문 길을 지나갈 땐 전화통화를 하면서 가거나 비상전화 버튼을 언제든 누를 수 있게 스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