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정책이 커다란 사회적 반발에 직면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물론 MZ세대가 주축이 된 ‘새로고침노동조합협의회’마저도 정부의 주 69시간제 비판에 가세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1주 60시간 이상 근로는 무리”라며 고용노동부에 “MZ세대 노동자를 중심으로 면밀하게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다.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는 이상하다. 기존 주 단위 연장근로 한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해 연장근로 산정의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고용노동부 정책의 영감 제공자는 윤석열
지난 7일 대학로에서 열린 솔라시 여는 포럼에 참석했다. 제목은 ‘연대로 스며들다’였다. 솔라시가 낯선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한다.솔라시는 ‘Solidarity of Labor and Civic Society’의 앞 글자를 딴 약자다. 노동과 시민사회의 연대, 솔라시가 연상시키는 음계처럼 아름다운 말이다. 솔라시 홈페이지를 보면, 우리 사회에 연대가 필요한 이유로 ‘플랫폼·비전형·비정규 노동 확대, 기후 위기, 코로나, 혐오와 차별’ 등 복합 위기를 들고 있다. ‘혼자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서로의 손을 잡는 연대’가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코로나 이후 프랜차이즈 영화관에 간 건 처음이었다. 핸드폰으로 표를 예약하고 결제했다. 늦지 않은 저녁 시간대에 영화관에 도착했는데, 팝콘 매대는 닫혀 있었다. 상영관 안내와 영화표 체크도 없었다. 영화 시간에 맞춰 자율적으로 입장하고 좌석을 찾아 앉았다. 영화 예매부터 관람까지 내가 마주친 직원은 딱 한 명이다. 유일한 그 사람은 영화를 다 보고 나온 관객에게 쓰레기통 위치를 안내하는 직원이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줄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영화관에서 직접 마주친 직원이 한 명밖에 없었다는 사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하더라도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면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이 ‘갱신기대권’이다. 일하다 보면 갱신기대권과 관련된 사안이 생각보다 많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기간제 노동자도 많고, 기간제 근로계약을 악용하는 사용자도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용자가 해고 제한 법리를 회피하려 기간제 근로계약을 악용할 때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바로 갱신기대권이기 때문이다.그런데 노동자 구제를 위한 노동위원회에서 ‘갱신기대권’을 일관성 없이 혹은 정무적으로 판단한다면 어떨까?
공인노무사로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기란 어렵고, ‘노노모(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무사로서 계속 일할 일터를 찾기도 참 어렵다. 몇 년 전 이직을 할 때도 제한적인 조건하에서 일터를 찾았다. 그때 초심을 그새 잊어 가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노무사이자 노조 조합원인 기회는 흔치 않은데, 현재 소속된 일터인 서울노동권익센터에는 노조(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노동민간위탁분회)가 있다. 조합원 당사자로 총회나 집회에 참석하고, 노조 의사결정에도 참여했다. 내 일터를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고,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동료
1. 주말에 포털에서 뉴스를 찾아다가 “MZ가 69시간 막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주 최대 69시간 등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한국 ‘MZ세대’가 반발하고, 그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이례적으로 도입 계획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WP는 17일(현지시간) “청년층이 목소리를 높여 반발한 후에 한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69시간제 도입 계획을 재검토할 방침”이라며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전날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
지난 8일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권리와 성취를 기리며, 여성의 인권을 높이기 위한 활동들이 이뤄지는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었다. 세계여성의 날은 1909년 미국의 사회주의 당 소속 여성들이 더 나은 노동조건과 투표권 등 성평등을 촉구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 것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1910년 제2인터네셔널 노동여성회의에서 덴마크의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이 세계여성의 날을 공식적으로 제안했고, 여러 유럽 국가에서 이날을 기념하기 시작하며 국제화가 이
조직된 폭력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집단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다. 개인의 폭력은 아동학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집단적 폭력은 학교, 기업, 정치를 비롯해 갈등하는 사회 집단 사이에서 발생한다. 폭력의 형태는 신체에 대한 물리적 폭력, 조직이나 법·제도를 이용해 가하는 제도적 폭력, 특정한 이미지나 사고방식을 만드는 문화적 폭력이 있다.너무 오래된 과거일지 모르겠지만 군사독재의 시대에 비추면, 직접 폭력은 공적영역에서 줄었지만, 사적 영역에서는 오히려 늘었다. 데이트폭력과 같은 심각한 문제들이 등장했다. 그렇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 부르주아 국가는 애당초 “부르주아계급의 공동사무를 집행하는 위원회”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부르주아 정치가 서로 협력해서 피지배계급을 다스리는 일을 제치고 그들 간의 권력 쟁탈에 몰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권력 쟁탈에 몰두하는 ‘막장정치’는 한국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패권국가 미국에서도 연출된다. 이런 모습은 왜 나타날까. 자본주의 정치가 더 이상 자신의 토대인 시민사회를 위해 복무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지금 걱정할 대상은 부르주아 정치가
‘kwarosa.’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 개편 입법안을 발표하자 호주 ABC 방송사는 한국의 장시간 노동을 이야기하며 과로사를 영어발음 그대로 표현하며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K콘텐츠의 탄생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19년 1호 협약으로 공업부문 사업장에서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 1주 최대 48시간으로 제한하는 협약을 제정했고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52개 국가가 1호 협약을 비준하고 있는 상태지만 여전히
정부는 최근 구인난이 심각한 조선업 등의 인력난 해소책을 내놨다.(조선일보 2023년 3월9일 8면, ‘조선업 신규 채용 땐 회사에 1인당 1천200만원 지원’)정부 발표를 보면 조선 하청사가 노동자를 신규채용해 최저임금보다 20% 이상 많이 주면 업체에 노동자 1인당 1천200만 원을 지원한다. 업체만 돈을 줘 청년들의 취업 유인은 별로 없다. 조선업이 산재도 많고 험한 반면 임금은 그다지 높지 않으니 어떤 청년이 가겠나. 하청업체는 그나마 있던 노동자 자르고 신규채용하면 공돈이 생기니 일석이조다. 사람 자르기가 쉽지 않다고 변명
구글이 유튜브 하청노동자의 ‘공동사용자(joint employer)라는 판정이 지난 3일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에서 나왔다. 1940년대 이미 공동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미국에서도 이번 판정은 원청 글로벌 IT기업을 상대로 한 노조의 첫 승리로 주목받고 있다.연방노동관계법상 ‘사용자’는 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며 부당노동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1940년대부터 법원은 ‘사용자’란 “타인을 지배하거나 지배권을 가진 자”라는 법리에 근거해 “근로자의 기본적 노동조건을 지배하는 사항들을 공유하거나 공동 결정한다”면 고용주가 아
1908년 3월8일 미국 뉴욕에서는 1만5천여명의 대규모 여성노동자들이 임금인상, 노동환경 개선, 투표권 쟁취를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모두를 위한 빵, 그리고 장미도!(Bread for all, and Roses, too!)”당시 여성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장시간 일하고도 저임금에 처해 있었고, 참정권이나 노조결성의 자유 같은 권리도 전혀 보장받지 못했다. 이에 여성노동자들은 굶주림을 해소할 생존권을 표상하는 빵, 참정권과 같은 정치·사회적 권리를 표상하는 장미를 외쳤다.위와 같은 여성노동자의 시위와 운동은 국제적인 공감을
취임 직후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줄기차게 일본 정부에 화해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절정은 지난 3·1절 기념사였다. 이 짧은 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서 우리와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와 공동 번영에 책임있는 기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상은 바로 미국과 일본이다.얼마 후 지난 6일 우리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 배상 방식을 공식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이다. 지난 1월 12일에 열린 강제동원 피해문제 해결을 위한 공개 토론회에서 가시화됐다.
“돈 돈 돈 돈의 돈돈 악마의 금전, 갑돌이하고 갑순이하고 서로 만나서….”학창시절 배웠던 노래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니 당시 선생님께서 물질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으로 알려주신 것 같다. 돈은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가장 혁신적인 창조물 중 하나다. 하지만 오늘날 돈은 희노애락의 대명사다. 많은 돈을 벌면 기쁘고, 돈이 없으면 화나고, 손해 보면 슬프고, 남이 돈을 벌면 왠지 배가 아프다. 돈은 사람들의 최고 관심 사항이 아닐 수 없다.정부가 노조를 죽이려고 ‘돈’ 이슈를 잡았다. 국민의 관심 주제인 ‘노조
1. 마침내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정책이 발표됐다. 지난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한 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그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손보겠다고 말했고, 대통령에 당선돼 취임한 뒤에는 수시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니 새롭다 할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야 구체적인 개편안이 나왔다는 게 조금 의아할 정도다. 사실 지겹도록 들어왔었던 윤석열표 노동시간 개편 방안이었다. 어쨌거나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겠다고 확정한 것이고, 이 나라 노동자권리에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해 12월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권고문을 발표했다. 초점은 근로시간에 맞춰졌다. 연구회는 “근로자와 기업에 자율적인 근로시간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며 세부 과제도 따로 마련했는데 방향은 “근로시간 선택의 자율성 확대”다. 이를 위한 투명한 근로시간 기록·관리도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포괄임금·고정연장(OT)약정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근로감독도 권고했다.근로시간 선택의 자율성 확대라는 ‘오묘한’ 정책 기조 아래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17일 “2023년 근로감독 종
한때 한국 노동조합운동에서 ‘독일 산별노조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는 흐름이 거셌다. 이를 대표하는 흐름은 두 가지 오류를 범했다. 첫 번째 오류는 독일 산별노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오류는 자신들의 머리 속에 있는 “산별노조는 지역 중심”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퍼트렸다는 점이다. 두 오류는 “독일 산별노조는 지역 중심”이라는 오류 투성인 테제로 발전했고, 이 논리는 지난 이십여년 동안 한국의 산별노조 운동을 훼방해 오다가 지금은 흐지부지 사라지고 있다.결론부터 말하면,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
올해 초 미국 대기업에 재직 중인 한인 유튜버가 정리해고를 당한 날을 기록한 브이로그 영상을 봤다. 오전에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는데, 오후 1시에 들어간 미팅에서 “오늘이 네가 일하는 마지막 날이고, 이 미팅이 끝나는 즉시 네 회사 컴퓨터는 셧다운될 것이니 일은 그만해도 된다”고 해고를 통보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미국 기업의 인사관리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8%가 “올해의 정리해고 대상을 결정하는 데 알고리즘을 활용할 것”이라고 대답한 조사 결과를 인용한 기사를 봤다.유튜버의 정리해고 브이
1921년 부두노동자 총파업1920년대 부산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산업중심지의 하나일 뿐 아니라 오랜 역사를 가진 가장 큰 항구도시 중 하나였다. 1921년에 부산항을 통과한 수출입총액은 6천400만원으로 전 조선 항만을 통과하는 수출입 화물총액의 30~40%를 차지하고 있었다. 부산에서는 화물운반작업에 종사하는 부두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집중돼 있었다.부산 부두노동자들의 생활실태는 다음과 같다. 1920~1921년 전후 경제공황으로 실업을 당한 공장노동자들과 몰락한 빈농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부산과 같은 대항만도시에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