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162조에는 ‘사업주는 사업장에 승강기의 설치·조립·수리·점검 또는 해체 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을 지휘하는 사람을 선임해야 하며, 그 사람의 지휘하에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승강기를 수리·점검 작업을 할 때 ‘2인 1조’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하지만 6월2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승강기 통로 6층에서 지하 2층으로 약 20미터를 추락해 사망했다. 고인은 오티스엘리베이터 소속 노동자로 지난해 입사해 올해 초 정규직이 됐다. 업무를 수행한 지 반년이 채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노동시민사회장이 17~21일 진행됐다. 노동절인 지난달 1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하고 다음날 숨진 지 47일 만이다. 건설노조는 장례를 마무리하고 2차 총파업을 하고, 양회동 열사가 염원했던 올바른 건설현장을 만드는 투쟁을 탄압에 굴하지 않고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도 건설노조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와 압박은 수사인원을 늘려 가면서까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찰과 국토교통부는 건설노조의 조합원 고용 요구는 ‘협박’으로, 노사합의에 의한 전임비 수령은 ‘갈취’로
양회동 열사의 죽음 이후에도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십자포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양회동 열사의 분신을 건설노조 동료가 방조했다는 주장에 사과할 의향이 없으며 여전히 “매우 석연치 않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심지어 사건의 목격자인 건설노조 부위원장에게 왜 말리지 않았느냐며 다그치기까지 했다. 경찰에서조차 자살방조 정황은 없다고 발표한 사안에 대해 장관이 열사의 유족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뱉어 낸 발언이다.같은 날, 건설노조 의뢰로 ‘치유와 연대의 공
통념과 달리, 대부분의 범죄는 해당 행위가 걸려서 처벌에 이를 가능성이 낮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높다고 판단하는, 합리적인 행위자에 의해 저질러진다. 안전보건 범죄도 마찬가지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의무 이행에 드는 비용이 재해 발생 후 처벌을 감수하는 비용보다 적다면, 처벌을 감수하고서라도 계속해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대재해를 억제할 적정한 처벌이 없다면 안전보건 범죄는 합리적인 사업주에 의해 충분히 감행될 수 있다.일찍이 헌법재판소는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를 취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이
산업안전보건법 1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과 노동자의 안전 및 보건 유지·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은 법의 목적과 달리 법의 일부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장을 명시하고 있다. 공공행정과 국방, 사회보장행정 분야에 해당하는 사업장과 학교 같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 사업장의 사업주들은 시행령에 따라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 의무가 없다. 해당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관리·감독자나 안전관리자를 포함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해당
31명의 폐암 환자. 전국 14개 시·도 교육청 소속 학교 급식노동자 2만여명에 대해 폐CT 검진을 해 확인한 숫자다. 대략 계산해도 우리나라 전체 50대 여성 폐암 발생률의 3배가 넘는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직업성 폐암의 대표 직종으로 탄광부, 용접공, 주물공, 도장공과 함께 바로 조리사를 떠올릴 정도다. 폐암뿐 아니다. 학교 급식조리사 산재사고도 심각하다. 2022년 국정감사에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학교 급식조리(실무)사의 산재 세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871건 △2020년 758건에서 △2021년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몸을 불사른지 보름이 지나고 있다. 그 누구 하나 이 죽음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검찰과 경찰은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경찰이 건설노조 대전충남세종전기지부를 압수수색했다. 영장사유는 ‘비록 피의자들이 단체협약 시 피해자들에게 협박 또는 해악 등을 가한 사실이 없지만,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전임비를 지급하지 않을 시 위와 같이 행동을 통해 이후 회사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 수 있는 정황이
“믿지 아니한다.” “온전히 신뢰할 수 없다.”산재소송에서 법원이 불승인 처분의 근거가 된 전문가의 의견을 배척하며 설시한 말의 일부다. 고용노동부 고시(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의 법적 성질을 잘못 고려해, 상당인과관계 법리를 잘못 해석해서, 전문가가 판단의 근거로 삼은 사실관계의 인정 여부에 문제가 있어서, 법원이 전문가의 의견을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전문가’가
지난달 26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한 두 번째 선고가 있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1형사부는 한국제강으로부터 제강 및 압연 보수작업을 도급받은 ‘강백산업’의 대표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강백산업의 도급인인 한국제강의 대표이사에게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으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여 법정 구속했다. 더불어 한국제강 주식회사는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원청 대표가 처음으로 구속된 사건이기에
4월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자 세계 노동안전보건의 날이다. 1993년 태국의 한 인형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노동자 188명이 사망했다. 회사측은 노동자들이 비싼 인형을 훔쳐 갈까 봐 공장 문을 걸어 잠갔다. 빠져 나갈 수 없었던 노동자들을 화마가 덮쳐 피해가 컸다. 이 참사를 계기로 1996년부터 국제노총(ITUC)은 4월28일을 전 세계 사망·부상 노동자를 기리는 날로 정하고 추모한다. 국제노동기구(ILO) 또한 노동계의 요청에 따라 2003년부터 4월 28일에 스러진 노동자들을 기리는 한편 노동안전보건을 개선해
몇 개월 사이 만성폐쇄성폐질환과 두 건의 직업성암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됐다. 재해자들의 예후도 각각 다르고 예상되는 업무연관성 입증 난이도도 다르지만, 이 정도의 질환들을 진단받은 이들의 절박함과 두려움이야 매 한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 세 명의 재해자들이 똑같이 겪어야 할 고통이 하나 더 있으니, 다름 아닌 역학조사다.운영규정상 처리기한이 180일임에도 보통 2~3년, 길게는 5~6년이 걸리는 역학조사의 악명은 이미 드높다. 그리고 앞선 3명의 재해자와 같이 대다수의 폐질환, 직업성암 재해자들이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건설현장은 단연코 가장 위험한 사업장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분명히 그렇다. 1970년대 영국, 1990년대 독일·일본의 수준에 달한다는 오늘날 한국의 중대재해 규모는 세계적으로도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제조업과 함께 건설업 중대재해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국가 실태와 비교해도 훨씬 크다. 단순히 산업 자체의 위험성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고, 특별히 한국에서 안전보건관리를 더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통계를 보면 지난 한 해 사고사망자의 53.0%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2위인 제조업(26.6%)의 2배에 해당한다. 특히
2019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업무상 질병 산재 신청은 1만4천건에서 2022년 1만7천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이미 2016년부터 업무상 질병 사망자 수가 업무상 사고 사망자 수를 추월했다. 앞으로도 업무상 질병의 신청과 인정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산재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업무상 사고보다는 업무상 질병 발생이 훨씬 많다. 한국 또한 최근 질병 산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업무상 질병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2007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도입 이후 15년 동안 노동계·노동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에 여론의 반발이 거세다. 고용노동부는 국민이 개편안을 오해하고 있다며 ‘주 69시간’이 아니라 ‘주 평균 52시간’이라며 해명을 하고 까지 만들어 페이스북에 홍보해도 전혀 효과가 없는 듯하다. 일주일에 69시간을 일하면 뒤이은 휴식에도 건강한 일상을 누리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국민들을 ‘평균의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평균의 함정은 평균값이 실체를 대변하지 못하는데 평균을 사용해 설명함으로써 생기는 오류를 말한다. 노동부 홍보가 안 먹힌 건 물론 극심한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위험성평가 고시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의견을 받고 있다. 이번 칼럼은 많은 부분 변경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위험성평가 고시에 관한 의견서로 대신하고자 한다.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고시 개정의 핵심이 “쉽고 간편하게 그리고 참여 강조”라고 설명했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취지다. 솔직히 중소규모 사업장이라고 해서 위험성을 계량적으로 산출하기 어렵다는 것은 별로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업장의 규모를 떠나서 노동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사용 가능한 위험성평가 방법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것은 노
또 노동시간이다.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논의가 쏟아지는 와중에 굳이 글을 보태는 이유는, 정부 발표나 관련 언론보도 등에서 마치 과로산재 인정기준이 1주 평균 64시간 근무인 것처럼 잘못 언급되고 있어서다. 64시간 상한을 건강보호 조치라고 선전하든(정부), 산재 인정기준을 넘은 69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안을 비판하든(일부 언론) 자칫 1주 평균 64시간 상한을 준수하면 괜찮다고 오해될 여지가 있다. 최소한 현재의 규범과 그에 대한 판단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우리 법은 ‘과로’에 대한 개념이나
지난 6일 오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해 12월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발표한 ‘근로시간 개혁과제 권고안’을 대부분 반영했다. 노동계의 반대에도 “노동자를 위한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의 보편적 보장과 새로운 노동시간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며 노동자를 위한 개정안으로 포장한 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원칙을 살펴보면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이라는 4가지를 내세우고
지난 13일부터 대구시의 대형마트는 기존의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에 문을 닫는다. 지난주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청주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상반기 중에 평일로 변경하겠다고 나섰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영업을 야간시간대인 자정부터 10시까지 제한함과 동시에 매달 두 차례 반드시 쉬도록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있다. 의무휴업일은 원칙적으로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이해당사자와의 합의를 거치면 공휴일이 아닌 날도 의무휴업일로 정할 수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의무휴업제가 도입된 2012년 이후로 많은 지자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20일 카카오톡을 통해 중대재해 속보를 전하는 오픈채팅서비스 ‘중대재해 사이렌’ 운영을 시작했다. 실제로 확인해 보니 각 지청별로 오픈채팅방이 마련돼 있었고 이미 많은 사업장의 안전보련 담당자들이 참가하고 있었다. 노동부는 앞으로 오픈채팅을 통해 사고 관련 사실을 실시간으로 전파하고 계절·시기별 위험요인 예방자료 등도 받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너무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연일 인공지능 발전 속도에 환호하고 경악하는 첨단의 시대에 카톡방 하나를 이렇게 반가워할 일인가 싶다. 하지만 2021년 안전
지난 9일 태안화력발전소 중대재해 항소심 선고를 돌이켜 보면, 재판부가 법정에 들어서고 1분이 채 지나기 전에 불안감이 엄습했던 것 같다. “선고에 앞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첫 문장에 이어 “피고인들도 긴 시간 수사와 재판받느라 고생하셨다”는 문장이 들렸기 때문이다. 귀를 의심했다. 기업의 안전범죄로 피해자가 목숨을 잃은 것과, 이를 야기한 피고인들이 죄를 덜기 위해 방어권 행사를 하느라 애쓴 것을 나란히 두고 함께 논할 수 있는 막된 언어. 거짓 등가성의 오류라는 지적까지 갈 것도 없다. 본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