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구호 외치느라 자꾸 뻗어 뻐근했던 어깨가 시원했다. 정리해고 흉흉한 소문에 움츠렸던 어깨를 잠시 달랬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 가을소풍 나온 능곡고 학생들이 상경투쟁 나선 한진중공업 노동자를 위무했다. '미션' 수행 중이라고 했다. '필요한 일 해 드리기'가 그중 하나였다고. 일자리가 위태로워 '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십 리도 못 가 발병 나니 그 너머 재는 똑 아리랑 고개렸다. 나를 버리고 가는 길, 천리길도 넘어 700여킬로미터 대장정. 한뎃잠 마다 않고 걷고 또 걸어 이 마을 저 동네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이제 남한 땅엔 적었다. 다 늙어 사서 고생이니 별난 사연 기구할 터, 이름부터 별나 특수고용노동자라고. 아니, 매인 곳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국정감사. 딸아이를 외교부에 특별채용했던 장관 아버지는 증인 자리에 나오질 않았다. "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이유였다. "건강검진 예약", "훼손된 선영 대책 마련", "풍수지리 강의 수강" 등을 사유로 다른 여러 증인도 자릴 비웠다. 한데 이 자리, 대기업에 다니는 딸아이를 자랑스러워했던 아버지는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배추 뿐이던가. 근심 따라 주름 깊을 일은 안그래도 많았다고. 치솟는 채솟값에 할머니 혈압이 덩달아 높았다. 옛날 옛날 먼 옛날엔 배추도 싸, 무도 싸 잘 살았나. 아니 배춧값 걱정은 언제나 식비 빠듯해 콩나물 값 백원 깍던 서민들 몫. 이제나 저제나 없이 살아도, 김치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굳이 나선 시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할매 등은 물 빠진 가을 논에서 내내 굽었다. 축 늘어져 찌글찌글하던 젖가슴을 다 드러낸 채 활처럼 굽어 바빴다. 남의 눈 살필 겨를이 없었다. 아직 축축하던 논바닥으로 벼는 무거운 고개를 푹푹 처박았다. 썩었다. 싹이 텄다. 올해 농사도 텄다. 내일 모레면 거둘 논이었다. 타작이라도 하려고, 사료용으로라도 팔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늦더위 땡볕 아래 서울 청계천 버들다리 위에서 한 시간을 꼬박 섰자니 다리가 버들버들, '바통터치'는 내심 즐겁다. '인증샷'도 필수. 한데 같은 조끼에 모자, 까만 얼굴에 웃음 피어 빛나던 치아까지 똑 닮았는데 뉘신지들. 이름을 묻자니 저마다 "내가 바로 전태일이다". 이름을 짓자고 나서 버들다리 말고 전태일 다리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서울 구로동 506-4번지 골목길 한구석 작은 정비소는 더웠다. 찾아든 바람은 나갈 길 찾지 못해 잠시 맴돌다 지쳤다. 땀을 훔친다. 장갑에 검은 기름때가 얼굴에 남았다. '기름밦' 먹기가 된더위에 쉽지 않았다. 1년 전 평택이 그랬다고. 그렇게 기다리던 비는 공장 나가던 밤에 쏟아졌다. 땀에 섞여 엉긴 최루액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화물연대 경남지부 창원LG분회 소속 조합원들이 4일 낮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 앞에서 '화물노동자 탄압 LG자본 규탄대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이어 1박2일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창원LG분회는 노조활동 보장과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하며 지난 6월21일 LG전자의 물류 자회사인 하이로지스틱스를 상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60시간.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에서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 동희오토 노동자들이 서초경찰서 앞에서 밤을 새워 기다린 시간. 그리고 6년,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의 법원 진정 이후 '불법 파견' 판결이 나오기까지 속 태운 시간. 웃을 일 하나 없던 그네들 뒤로 대오 가득 대오각성. 투쟁 구호 우렁차니 주먹 불끈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단식농성장을 찾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왼쪽)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에게 가까이 앉을 것을 권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종종 찡그렸지만 웃음을 잃진 않았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말을 아끼지도 않았다. 많은 사람이 농성장을 찾았고 "밥 먹고 싸우자"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게 어디 네 입뿐이더냐. 뜨겁던 태양 아래, 멋모르고 뛰어 지친 건 마찬가지니 ‘니캉내캉 노나먹자’. 더위야 물렀거라 훠이~ 바람아 불어라 훠어이~ 이 땀 마른 자리, 소금꽃 활짝 피어날 테니 그때 우리 같이 웃자. 마른 땅 갈라진 틈도, 마음 딱 갈라선 사이도 메워 살릴 그날엔 천둥벌거숭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한여름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 농성장은 구석졌다. 노숙인 몇몇이 띄엄띄엄 벤치 잡아 모로 누웠을 뿐, 지나는 이가 적었다. '타임오프 철회, 노조탄압 중단' 구호 현수막 어지럽던 미로 한가운데 비닐 천막이 간신히 비를 막았다. 곡기 끊어 앞장선 김영훈 위원장이 자꾸 서진 못해 오래 앉고 누워 그 자릴 밤낮으로 지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어렵사리 세워 올린 파업 깃발. 행여 꺾일까 청테이프 둘둘 말아 붙드니 바람에 깃발이 살아 펄럭여 그제야 언론노조 KBS본부 이름이 선명하다. 발 디딜 곳 적어 위태롭던 철골조엔 혼자 올랐지만 손 내밀어 닿을 곳엔 동료가 많았다. 파업 7일째, 그 깃발 이정표 삼아 조합원·시민들이 모여 외치길 공영방송 개념탑재! 근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500여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이 ‘KBS 수신료 인상저지 범국민행동'을 결성해 29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수신료 인상은 조중동 등 보수신문의 특혜성 종편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대국민 홍보활동과 수신료 인상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영화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장마를 부르는 된더위가 유난했다. 땡볕에 아지랑이 절절 끓던 왕복 8차선 도로엔 고급승용차가 내달렸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앞 좁은 인도에 꾸역꾸역, 그늘이면 고마워 철퍼덕 아줌마들 많이도 앉았다. 많이도 말고 1천원, 최저임금 올리자며 수개월을 목 터져라 외쳤다. 못살겠다, 갈아엎자! 소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지독히도 막혔던 도로, 버스 창 너머로 보았다. 쫓고 쫓기던 사람들의 거친 다툼을, 그리고 경찰 방패와 몽둥이. 눈물 왈칵 맵던 최루탄 가스는 잠시 머물던 버스에도 가득해 여럿이 울었다. 엄마 품을 찾았다. 아마도 87년, 뜨겁던 여름 언저리의 기억. 변신로봇 사 달라며 울고 불며 주저앉아 떼쓰던 기억만큼이나, 이제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말 많고 탈 많던 광장. 6월 그곳에 다시 함성 높아 결전의 시간은 가까웠다. 북소리 둥둥, 사람들이 모이고 호외가 돌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제목이 선명했다. 승리를 다짐하는 결의가 지면에 가득했다. 공짜가 어딨나, 총천연색 화려한 광고가 거기 많았다. 한바탕 잔치를 앞두고 떡고물 기다리는 객이 많으니, 돈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비바람 세차던 그 골목에 한여름 땡볕이 절절 끓었다. 지나던 자동차 매연은 숨을 턱턱 끊었다. 나무 그늘이, 담장에 빨갛고 노랗던 장미가 그나마 위안이었다. 낮은 곳에 속 비워 앉아 버티길 열여드레. 선생님 얼굴은 검붉었다. 말수는 줄었고, 이가 흔들, 숨이 자주 가빴다. 물과 소금, 감잎차가 그 곁의 전부였다. 단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여기 촛불 하나, 늦은 밤 서울광장에서 다행히 밝아 청년의 얼굴이 어둠 속에 뚜렷하다. 한 손에 스마트폰, 애 닳던 그 밤의 속보는 트위터에 실시간이니 청년은 정보에 또 밝았다. 심판, 그것은 주인 된 자의 것이니 반성은 공복(公僕)의 일. 광장에 촛불이 야당을 연호하니 아침이슬은 재차 뒷산에 울어 맺혔던가. 오만·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할머니 팔뚝이 그냥 굵었나. 쓸고 닦고 지어 많던 모진 일 한평생의 흔적이다. 다 늙어 어머니 이젠 쉬시라는 자식들 만류도 뿌리치고 나선 일터. 빗자루 대걸레 말고 어머니 주먹 들어 외치길 하청노동자 신세 억울함이 참도 컸다고. 동덕여대 본관 앞에서 '비정규직철폐' 구호를 목청껏 내지른다. 최저임금·고용불안, 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