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법치주의’ ‘노동규범의 현대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현재 고용노동부가 기치로 걸고 있는 3가지 노동개혁 방향이다. 모두 첨예한 주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노동정책을 집행하는데 주요한 대화 파트너인 노동조합을 부패한 기득권 집단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점이다.그뿐만이 아니다. 이런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도 심각한 문제다. 사회적 대화는커녕 관료들과 일부 학자들끼리 몇 개월간 논의해 도출한 결과를 마치 개혁의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하며, 입법예고했다.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플랫폼 기업들이 떼돈을 벌었지만 정작 플랫폼에 매달려 살아가는 배달 라이더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저기 호소해도 별 소용이 없어 라이더들이 ‘배달료를 올려 달라’며 파업을 준비하자 조선일보는 ‘배민 라이더들 어린이날 파업’이란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이런 제목 달기는 전형적인 ‘의제 비틀기’로 본질을 숨기고 엉뚱한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 조선일보는 노동자(라이더)와 자본(플랫폼기업)의 갈등을, 노동자와 소비자의 갈등으로 손쉽게 치환해 버렸다. 조선일보는 어린 동심마저 파괴하는 못된
“한국제강 대표 A씨 1년 징역, 법정 구속. 하청업체 사장 B씨 집행유예, 한국제강 벌금 1억원”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처벌법) 2호 판결, 한국제강 사내 도급업체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법원 판결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3월 한국제강 야외 작업장에서 무게 1천220킬로그램에 달하는 방열판 인양 작업도중, 방열판을 인양하기 위해 고정해둔 슬링벨트가 끊어져 발생했다. 당시 작업공간 하부에 있던 피해자는 이를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방열판에 한쪽 다리가 협착됐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숨졌다.이번 판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여러 토론회가 열리고, 지난 1년간 이 사회가 어떻게 퇴행했는지 열거된다. 코로나19의 끝에서 만난 이 정부는 경제회복과 복지확대를 위한 재정 지출은 거부한 채 재벌에 대한 세제 특혜과 보유세 완화 등 감세정책을 폈다.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재생에너지를 축소하며, 노후 원전 가동 연장을 시도한다. 지금도 허술한 양곡관리법인데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농민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다. 강제동원 제3자 변제방식으로 강제징집 피해자들에게도 고통을 더한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언하고 여성 및 소수자
세상사가 다 유·무죄의 일도양단으로 갈릴 수 있다면 특별히 어려운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콩나물국을 끓이더라도 짠맛, 짭짤한 맛, 시원한 맛, 싱거운 맛, 맹물, 그리고 어느 중간의 독특한 맛들이 있고 딱히 정답이랄 것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어떤 적절한 정도가 있을 뿐이고,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간을 잘못했다고 꾸중하지는 않는다.그런데 그런 범위의 개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법조인들이고, 특히 검찰이 그런 듯하다. 이들은 승패만 따지는데, 그 기준은 유죄-무죄, 인용-기각 이런
노동정치를 둘러싼 뭇사람들의 언어는 참 불친절하다. 그것이 정작 노동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일까? 얼마 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기존의 우려를 벗어나 토론 수준으로 다뤄진 민주노총 정치방침안 4항 “농민, 빈민 등 진보 민중세력 및 진보정당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노동중심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와, 5항 “여러 진보정당이 각자도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보정치 세력이 대단결 하는 노동중심의 진보정당 건설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 역시 마찬가지다. 눈에 띄는 말은 ‘
1.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평균 42.8점을 매겼다.” 직장갑질119가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함께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3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절반 이상이 “사용자에 관대하고 노동자에 가혹하다”고 평가했고, 노동 일자리 정책에 대한 점수는 평균 42.8점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매일노동뉴스는 직장인들은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이 평균 42.8점으로 낙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2023년 5월8일자). “낙제”라니. 이에 대
5월8일 어버이날이다. 경상도 시골 부모님 댁에 왔다. 아버지만 계신다. 지난해 이맘때 어머니가 장날 읍내에서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앰뷸런스를 타고 응급실로 가셨다. 큰 병원으로 옮겨 수술하고 치료받았지만 지금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신다. 자식들 얼굴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재활병원에 그냥 누워 계신다. 어머니가 갑자기 없어진 시골집에 아버지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젠 아버지가 걱정이다. 여든 남자 노인의 일상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 자식들은 다 타지에 나갔고, 먹고살기 바쁘다. 그 많은 농사일보다 세 끼 식사와 빨래, 청소가 문제다.
1886년 5월1일 수많은 노동자들이 더 이상 못살겠다고 하루 8시간 노동을 외치며 분연히 일어났다.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며 평화롭게 시위했지만 정부는 총으로 노동자를 무참히 짓밟았다. 공권력의 힘은 대단했다. 곧바로 7명의 노동자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했다. 노동자에게 가혹하고 사용자에게 관대했던 법이 존재했던 150년 전 미국 산업화 시대의 모습이다. 그렇게 5월1일 노동절이 생겼다. 노동절은 국가가 노동자들의 노고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날이기에 기쁜 날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 낸 슬픈 날이기도
공장법(factory act)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근로기준법이 낡았다는 논리를 끄집어낸 이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역사에 공장법이 존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일제의 조선총독부가 식민지 조선에 공장법을 도입을 고민한 적은 있다. 당시 일본인 자본가는 물론 조선인 자본가도 반발했고, 이런 저런 이유로 결국 공장법 도입은 무산됐다.조선총독부가 공장법 도입을 고려한 이유는 식민지 조선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노동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했기 때문이다. 1911년 1만5천명이던 공장 노동자수는 1943년 33만5천명으
1. 오랜만에 고향에 왔다. 늘 그렇듯 시골의 공기와 풍경, 가족들과의 시간이 마음을 달래 준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글을 쓰는 일은 참으로 곤욕이다. 시골의 정취로 정화된 몸과 마음이 다시 탁해지는 느낌마저 든다.2.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절을 맞아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남겼다. 선진형 노사관계로 가기 위해 노동 약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이를 위해 노사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단다. 윤 대통령이 글을 올린 시간은 오전 11시44분. 그 시각 강릉에서는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
비정규직 철폐니, 비정규직 차별 철폐니 하는 예스러운 논쟁이 있다. 어느 논쟁이 흔히 그러듯 명쾌한 답은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의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를 것 없었다. 노회찬재단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발표한 ‘불평등 사회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향으로 비정규직 규모를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은 40.7%고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해소는 51.5%였다. 비정규직 규모 감축도 중요하나, 현실적인 대안으로 임금 격차 해소의 손을 조금 더 들어준 것이다.올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중점 사업은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에 놓인
“상담소에서 이번 노동절 집회에서 정부에 요구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우리 조합원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나요? 노동개악 막아 내자 하는데 너무 두루뭉술해서.”한국노총이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제 장시간 노동 가능 정책이나 노동조합 통제 강화 정책에 맞서 개최하는 5·1 노동절 집회를 앞두고 단위노조에서 교육을 요청해 왔다. 대부분 조합원이라면 언론에서 접한 윤석열 정부와 노조 사이의 갈등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가 보다. 조합원들도 이러할 진데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시민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알기나 할까.노동절은 133
유통산업발전법은 월 2회 대규모점포의 의무휴업을 규정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과 일요일 노동에 내몰리는 유통노동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단비같은 제도이다. 유통산업의 특성상 법률 등으로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으면 회사별로 휴일을 정해서 쉬는 것, 특히 평일보다 매출액이 높은 일요일에 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유통산업발전법에서도 의무휴업일은 원칙적으로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예외적으로 이해당사자와의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매월 둘째, 네째주 일요일을
하루 한 페이지, 오늘의 노동일력(instagram.com/laborcalendar)을 공유하는 일로 매일 아침, 잠의 세계에서 깨어난다. 일력에는 지역과 전국의 노동자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마음을 담은 문장과 함께 기억하고 싶은, 기억해야 할 삶과 죽음의 기록들이 담겨 있다.한 해의 첫 절기 입춘부터 5월의 첫날까지 지난 87일. 노동·사회 운동의 역사적 투쟁들, 어떤 승리, 어떤 패배, 저마다의 상흔들과 날마다의 죽음들을 되짚는다. 어느 날에는 “작업물은 2분에 한 번씩 저장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2분 동안 대단한 일이 일어날
1. 다시 5월1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노동절을 기념했다. 나라와 정당, 노동단체에 따라 목소리는 제각각이었지만, 2023년 세상은 노동절을 기념했다. 1886년 5월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총파업투쟁을 하고, 3일 파업투쟁을 벌이던 맥코믹 공장 노동자를 향해 경찰이 발포하고, 이에 격분해서 4일 헤어마켓 광장에서 열린 규탄집회에서 경찰의 사격으로 70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던 사건으로부터 137년이 지났음에도 오늘 세상은 여전히 기념하고 있다. 당시 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은 8시간 노동제 쟁취를 위한 것이었다. 하루
노동절 집회에 가려고 이른 점심을 먹으려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동지의 분신 소식을 접했다. 동지는 노동절인 1일 오후 3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그는 아침 9시 30분께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당겼다. 하필 노동절에 영장실질심사라니. 하필 날은 왜 이리 화창한 건지. 평범한 사람을 투사로 만드는 세상이 분하고 억울하다. 동지의 분신을 두고 글을 쓰자니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래도 쓴다. 동지의 투쟁이, 건설노조의 투쟁이 한낱 뉴스거리로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되겠기에.동지가 소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직업체험 테마파크에 다녀오며 노동과 직업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 글은 그 두 번째 이야기이다.지난 10여년 사이 이곳저곳에 직업체험관이 들어선 데는 직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문화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요즘은 유치원에서도 ‘장래희망, 내 꿈 찾기’ 수업을 자주 한다. 대학입시도 적성에 맞는 직업과 학과를 결정해 동아리 등 관련 활동 이력을 평가항목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런저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정 직업에 대한 선호로 인한 경쟁과 기피직업의 만성적 노동력 부족은 왜 더 심해질까.한국사회의
청년유니온은 창립 당시부터 최저임금에 주목했다. 최저임금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게 보장되는 최저선의 임금이기에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세대가 최저임금 수준을 받게 될 거라는 예측, 경험적으로 각종 아르바이트를 수행하는 청년들이 최저임금 혹은 최저임금마저 받지 못하는 현실을 때문이었다.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라는 구호 아래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캠페인, 기자회견, 관련된 일터의 실태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응했다.탄핵국면과 함께 사회적 요구들이 분출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담론 또한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기재로서 사회적
나는 지난 4월7일자 이 지면에 ‘챗GPT’가 얼마나 블랙코미디인지 소개했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대학과 텍사스대학 연구진이 챗GPT 같은 대형 언어모델을 가동할 때 데이터센터 열을 식히는 데 쓰는 냉각수 양을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챗GPT와 문답 50개 정도를 주고받을 때마다 생수 한 통 분량의 물이 필요하다고 했다.(조선일보 4월25일 B1면, ‘물 먹는 하마, 챗GPT’)연구진은 지구온도가 2% 상승하면 전 세계 30억 명이 만성 물 부족에 놓인다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8일 하버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