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주년 축하의 밤 행사가 열렸다. 행사를 마치고 뒤풀이 자리에서 정신질환 산재처리 기간이 지연되는 문제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대화를 나눴다. 업무관련성 판단에 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특별진찰제도가 오히려 정신질환 재해자의 상병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한다고 공감했다.근로복지공단은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지침’에서 “특진의료기관은 소속 병원 또는 종합병원 이상으로서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가진 전문가를 보유한 의료기관 중에서 복수 추천해 선택 가능하도록 함”이라고 규정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난 2016년 7월26일 세종시 부강산업단지 내 KOC솔루션공장의 타오비스 누출사고 당시 인근 사업장인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에서 조합원들을 대피시켰다는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조남덕 콘티넨탈지회장의 징계무효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일이 다가왔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연달아 지회장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노동자들의 작업중지권이 법원에서 부정당하는 현실에 우려가 큽니다. 비록 법리적인 식견은 일천하나, 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호흡해 온 노동안전보건활동가의 한 사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 발생시 고용노동부 장관이 그 원인을 규명하거나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원인조사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그에 따라 노동부는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현장 방문 조사, 목격자 진술 청취, 관련 서류 검토 등을 실시한다. 조사 결과 작성되는 것이 ‘재해조사 보고서’, 정확한 명칭으로는 ‘재해조사 의견서’다. 즉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대응 및 예방 정책의 일환으로 작성되는 공식 문서가 재해조사 보고서다.그런데 재해조사 보고서가 수사자료라며 공개를 거부당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하루 7명 이상이 일터에서
매일 4~5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죽음의 일터를 바꿔 내기 위해, 일하다 더는 죽지 않기 위해서 2021년 1월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다. 10만명이 국민청원을 했고, 추운 날씨에도 산재 피해 유가족과 노동자들이 죽음을 무릅쓴 단식투쟁을 했다. 이렇게 함께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이다. 하지만 법제정시 안타깝게도 50명(억)미만 사업장은 법 준수를 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3년 동안의 유예기간이 주어졌고, 내년 1월27일 전면시행을 앞두고 있다.그런데 여당이 ‘50명(억) 미만 적용
올해 초부터 불거진 업무상질병 처리기간의 장기화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난 4일 “산재보험 선보장제를 도입하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신속한 재해조사를 위해 재해조사 기간과 절차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재해조사 기간을 넘기고도 승인 여부를 결론 내리지 못한 경우 국가 책임 아래 근로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재정을 마련해 산재보험을 우선 적용하자는 것이다. 업무상질병의 처리기간 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회의에 참석할 때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 모두 마음이 무겁다. 누가 봐도 인정할 사건, 누가 봐도 불인정할 사건은 굳이 파고들지 않는다. 그러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해도 업무 관련성을 주장할 요인들이 있는 경우 “자료 검토가 부족해서 놓친 건 아닌가”하는 자책을 하지 않기 위해 자료를 꼼꼼하게 살피는 편이다. 다른 심의위원들의 의학적 견해에 맞설 힘은 각 사건의 업무적 요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래야만 논의라도 해 볼 수 있다. 과거 ‘사인미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질병판정위에
요즘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공단의 가장 핫한 이슈는 HD현대오일뱅크의 페놀 유출을 둘러싼 논란이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HD현대오일뱅크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276만톤 상당의 페놀이 포함된 폐수를 수질오염 방지시설로 보내지 않고 자회사인 현대오씨아이 및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했고, 현대오씨아이 등은 넘겨받은 폐수를 공장 내 가스세정 시설의 냉각수로 사용해 대기 중으로 증발시켜 방출한 것이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가 폐수처리장 신설 비용 450억원과 연간 2억~3억원 상당의 자회사 공업용수 공급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폐
얼마 전 본 지면을 통해 중대재해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한계는 무엇인지 살펴본 바 있다(2023년 7월6일자 17면 ‘중대재해 형사절차에서 피해자 처벌불원 의사의 의미’). 중대재해 발생시 흔히 피해자(주로 유족)는 합의 여부 및 범위, 고소·고발 여부 등을 고민하게 되는데, 이 글에서는 고소·고발의 의미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형사소송법은 범죄 피해자를 고소권자로 정하고, 피해자를 제외한 제3자도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고발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소 또는 고발이
9월1일은 오송 궁평제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49일이 지나는 동안 ‘중대시민재해 오송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의 요구는 수용되지 않은 채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시민대책위가 요구한 것은 △피해 유가족과 생존자의 권리 보장 및 정부의 사과 △유족 및 지역 시민사회 참여를 보장하는 조사위원회 구성과 철저한 진상조사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적용과 책임자 엄중 처벌 △ 기후재난시대에 대응한 종합 재난안전대책 수립이다.중대재해전문가넷에서 오송 참사를
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정책에 관심들이 많다. 아니, 사실 이보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8월 중 수요조사를 시행하고 올해 안에 외국인 가사노동자 100여명을 국내에 도입해 6개월 이상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한국에서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38만~76만원 수준”이라고 말을 꺼낸 뒤 육아와 가사 비용부담을 낮추고 여성의 고용단절, 저출생 문제 극복을 내세우며 빠른 속도로 추진됐다
7월30일 경기 안양 인덕원을 출발해 서울 마포까지 이동을 했다. 운전을 시작할 무렵 빗방울이 후드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후 5시56분 [경기도청] “강한 소나기구름이 경기 남서부에서 북서부 방향으로 이동 중입니다. 하천변 및 계곡에서 즉시 이동하시고 반지하 거주자는 침수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내비게이션은 과천을 지나 사당, 올림픽대로, 여의교 지하차도, 양화대교를 거치는 경로를 안내했다. 남태령 고개를 넘을 무렵 예사롭지 않게 비가 내렸다. 오후6시28분 [행정안전부] “오늘 18시25분 서울(서남권)
무서울 정도의 더위가 지나니 이번에는 태풍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이 폭우와 폭염, 재앙적 산불 같은 기후재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기록을 보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온열질환자는 1천984명이며 추정사망자는 27명이다. 아직 기록 마감이 2개월 가까이 남은 시점에서 이미 지난해 기록(질환자 1천101명, 추정사망자 6명)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더구나 해당 통계가 전체 온열질환의 일부만을 감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몇 배가 될지 알 수 없다.올해도 어김없이 건설노동자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기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을 중심으로 현장에는 CCTV를 (더) 설치하고 노동자에게는 보디캠이나 위치정보시스템(GPS)을 달게 한다는 소식을 여러 경로로 접했다. 이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노동감시 우려에 회사는 “개인정보 보호보다 생명이 먼저” 따위의 말로 응수하기도 했다. 재해 예방을 위해 노동자들의 이상행동과 보호구 미착용 등을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사고 발생 후 원인 규명에 활용하겠다는 주장이었다. 안전보건관리체제의 의미에 대한 몰이해는 물론이고, 마치 안전모만 쓰면 어떤 위험천만한 현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
지난 7월20일 부산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3월25일 신축공사 현장의 주차타워 단열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이주노동자였다.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1년4개월 만에 재판이 열린 것이다.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함께하는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부산운동본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기소내용 확인과 재판 방청을 위해, 언론에서 사건번호와 재판 기일을 확인했다. 첫 기일이 연기되고, 7월20일 첫 재판이 시작됐다. 부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지난달 때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 속에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를 하던 29세의 젊은 노동자가 일하다 쓰러져 결국 사망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그의 사인이 ‘폐색전증’이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이렇게 젊은 사람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의아했다. 한편으로는 업무와 연관시키기도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폐색전증은 몸 어딘가에서 발생한 혈전(피떡)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폐동맥을 막아 생기는 질병이다. 폐동맥은 온몸에서 혈액을 받아 폐로 보내 산소를 공급받도록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기에 폐동맥이 막
근래 몇 군데 사업장의 위험성평가에 대해 자문역할을 수행했다. 마침 고용노동부의 위험성평가 고시가 개정되면서 여러 혼란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노사가 나름의 진정성과 의지를 가지고 함께한 과정이기에 서로에게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 함께한 사업장의 노사 모두에 가장 감사한 기억으로 남은 것은 청소·경비·식당 등 사업장 내의 모든 노동자들의 위험에 대해 평가대상으로 포함하자는 우리 센터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준 것이다. 사업장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용역업체를 통해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구내식당 노
중대재해를 야기한 안전보건범죄에 대한 형사절차에서, 형사합의와 피해자(대부분의 경우 사망한 피해당사자의 유족)의 처벌불원 의사가 사실상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좌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전보건범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범죄(반의사불벌죄)가 아니지만,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범죄의 양형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자로서 기능함에 따라 중대재해를 피해자와 가해자(회사) 간의 사적 관계의 일처럼 축소시켜 버린다.통상 중대재해 사건에 가장 많이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 및 보건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162조에는 ‘사업주는 사업장에 승강기의 설치·조립·수리·점검 또는 해체 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을 지휘하는 사람을 선임해야 하며, 그 사람의 지휘하에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승강기를 수리·점검 작업을 할 때 ‘2인 1조’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하지만 6월2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승강기 통로 6층에서 지하 2층으로 약 20미터를 추락해 사망했다. 고인은 오티스엘리베이터 소속 노동자로 지난해 입사해 올해 초 정규직이 됐다. 업무를 수행한 지 반년이 채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노동시민사회장이 17~21일 진행됐다. 노동절인 지난달 1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하고 다음날 숨진 지 47일 만이다. 건설노조는 장례를 마무리하고 2차 총파업을 하고, 양회동 열사가 염원했던 올바른 건설현장을 만드는 투쟁을 탄압에 굴하지 않고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도 건설노조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와 압박은 수사인원을 늘려 가면서까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찰과 국토교통부는 건설노조의 조합원 고용 요구는 ‘협박’으로, 노사합의에 의한 전임비 수령은 ‘갈취’로
양회동 열사의 죽음 이후에도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십자포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양회동 열사의 분신을 건설노조 동료가 방조했다는 주장에 사과할 의향이 없으며 여전히 “매우 석연치 않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심지어 사건의 목격자인 건설노조 부위원장에게 왜 말리지 않았느냐며 다그치기까지 했다. 경찰에서조차 자살방조 정황은 없다고 발표한 사안에 대해 장관이 열사의 유족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뱉어 낸 발언이다.같은 날, 건설노조 의뢰로 ‘치유와 연대의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