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이튿날 행사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박인상 한국퇴직자총연합회 회장(83·사진)은 메모지를 꺼냈다. 연합회가 내놓은 출판기념회의 인사말을 쓰기 시작했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기념회에서 그의 기념사 첫 마디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고언할 테니 전해 달라”였다. 윤 대통령과 면담하는 정부 인사들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그는 이 자리에서 “노동자에게 위로의 말을 해 줄 것”과 “노동계와 만날 것”
14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0도.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서 단식 중인 상담노동자들의 몸은 더욱 말라갔다. 지난 1일부터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소속의 쟁의대책위원 12명은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겨울의 단식은 몸을 금방 망가뜨렸다. 단식자는 하나, 둘씩 쓰러져 이제 이 지부장만 남았다.“내는 버텨야 안 카겠어요. (공단이) 꿈쩍도 안 하네요.”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며 이은영 지부장(52·사진)이 말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버틸 수 있어서’가 아니라 ‘버텨야 하기 때문에’ 이어가는 단식
대구 중구 남산동 7178-1번지. 전태일 열사가 유년시절을 보낸 옛집이 전태일 기념관으로 재탄생한다. 전태일 열사는 청옥공민학교(초등학교) 시절(1963년)을 이곳에서 보냈다. 일기장에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적은 그곳이다.송필경(69·사진) 사단법인 전태일의친구들 이사장은 2019년 전태일 열사의 옛집을 매입하고 열사정신을 잇기 위한 기념관으로 복원하는 일을 맡고 있다. 2020년 라는 책을 집필한 그는 책 판매금액 전액을 기념관 건립에 쏟아부었다.송 이사장을 가 지난 3일 대구 범어
지난 9월21일 화섬식품노조 8기 임원선거 결과 신환섭(58·사진) 위원장이 다시 당선됐다. 2009년부터 3기 노조 위원장을 지낸 신 위원장은 이번 선거로 6선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해 화학섬유연맹이 해산된 만큼 화섬식품노조의 산별노조 체제 확립 이후 치러지는 첫 임원선거이기도 했다. 2004년 창립한 노조는 내년이면 20주년을 맞는다. 신 위원장은 “어떻게 변화할지 저도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동시에 “분명한 것은 산별노조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약자와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책임감을 강조했다.
근로복지공단 대전서부지사 직원 A씨가 지난달 19일 사무실에서 투신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동료들은 과중한 업무와 감정 노동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업무상 재해를 입은 노동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공단 노동자들이 병들고 있다. 산재보험 대상자는 확대되는 추세지만, 인력과 예산은 오히려 축소됐기 때문이다. 근로만 있고 임금은 없는 근로‘착취’공단이란 오명까지 붙었다.근로복지공단노조(위원장 박진우)는 지난 16일부터 국회 앞 무기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며 적정 인력·예산 배정을 촉구하고 있다. 19
지난해 8월부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시행되면서 중앙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87곳이 노동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서울은 2016년 서울연구원에 노동이사를 선임하는 등 지방공기업의 경우 일찍이 노동이사를 선임해왔지만 전국단위 중앙 기관 노동이사제는 이제 막 시행 1년을 맞았다.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이 개정되면서 노동이사제가 법제화됐고 조례에 기초한 지방공기업 노동이사제에 비해 중앙 기관의 노동이사제는 더욱 단단한 기반을 얻게 됐다.지난 2021년 출범한 전국공공기관노동이사협의회(공노이협)도 3대 의장을 최근 선출하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이 11일부터 일손을 놓는다. 핵심 요구는 인력 확충과 의료공공성 강화다. 지난해에도 같은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노사가 합의한 인력조차 충원되지 않았다는 게 현장 노동자들의 지적이다.서울대병원분회·경북대병원분회에서 필수유지업무 인력을 제외하고 1천6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본부 소속 강원대·울산대·충북대병원을 포함해 7개 병원도 쟁의조정 신청을 할 계획이어서 추후 파업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는 지난 5
“동료들이 떠나지 않는 노동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책이 너무 좋은데 여기서 살아남지도 버텨내지도 못하겠다는 동료들을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어요.”안명희(49·사진)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장은 지난 16일 지부 총회를 거쳐 재선했다. 1년 임기인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장이 통상 노조 출판노동조합협의회 의장도 맡는 만큼 의장 임기도 1년 연장됐다. 협의회는 창비·한겨레출판 같은 사업장별 지부와, 서울·경기지역에서 노조가 없는 출판사에 재직 중인 노동자와 프리랜서 등이 가입한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를 포괄한다.안명희 의장은 지난
저출생·고령화·저성장은 당면한 위기다. 2년여 뒤면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술발전과 산업전환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는 점점 예측하기 힘들다. 노사갈등 요소가 늘어 가는 상황이다.김대환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59·사진)은 “노사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적 관계로 나아간다면, 근로환경, 임금 등 여러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 수 있다”며 노사 자치·협력을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중장년의 숙련 활용,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 필요성을 덧붙였다.가 지난 21일 오
지난 19일부터 국제운수노련(ITF) 안전운임대표단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ITF에 가맹된 8개 국가의 노조를 대표해 12명이 안전운임제 캠페인에 참여하고 한국 정부에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22일 공공운수노조와 안전운임 워크숍을 열었고 23일에는 국회 앞 기자회견, 세계 화물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여했다.지난해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에 연대한 데 이어 올해도 우리나라를 방문한 노엘 코드(58·사진) 국제운수노련 내륙운수실장은 방한 목적을 묻는 기자에게 “한국 보수정부의 노조탄압이 매우 우려된다”고 답했다.
“4월8일, 공공운수노조와 화물연대본부 소속 트럭운전자 4천500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섰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노조의 총파업을 강력하게 단속해(Intensive crackdown) 분쇄(broke)한 뒤 처음이다.(후략)”은 올해 5월21일자 온라인판 지면에 이렇게 썼다. 아시아 노동비평은 아시아 각지의 노동운동을 다루는 온라인 매체다. 장대업 서강대 교수가 편집장이다. 최근 아시아 노동비평 제작 실무를 담당하는 케빈 린(38·사진) 아시아 노동비평 매니징 에디터(
김득중(54·사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은 국가가 제기한 손배소송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둔 25일 새벽에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만큼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불면의 날들은 여전했다. 떠나보낸 동료들에 대한 부채감과 억대 배상금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2009년 정리해고 저지 파업 당시 경찰의 폭력 진압에 저항하다 장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14년간 피고로 재판을 받아야 했다.파기환송심 재판 결과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은 우리나라 사회보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2024년이면 시행된 지 60년째다. 오랜 기간만큼 변화를 거듭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만 적용하던 산재보험을 특수고용직도 적용했고 최근에는 전속성 요건이 없는 노무제공자까지 확대했다. 이런 변화에도 업무상 사고·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후적으로 보상받는 산재보험 성격 탓에 보험의 효용을 느끼는 이들은 한정적이다. 사고성 재해가 아니라 업무상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질병도 늘고 있다.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58·사진)은 지금이 10년 뒤를 내다보며 산재보험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3지대장의 산화 이후 삭제된 ‘건설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이들이 모였다. 인권, 노동안전, 미디어, 구술기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건설노동자의 목소리’ 인터뷰 기획팀이라는 이름으로 건설노동자 인터뷰를 보내왔다. 여덟 차례 걸쳐 싣는다.2023년 5월1일,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조합원들은 원주시청에 모여 집회를 준비하던 중 양회동 지부 3지대장이 분신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양회동 열사는 6월21일 노동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 영결식 후 마석모란공원에 안장됐다. 열사의 동료들은 그의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3지대장의 산화 이후 삭제된 ‘건설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이들이 모였다. 인권, 노동안전, 미디어, 구술기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건설노동자의 목소리’ 인터뷰 기획팀이라는 이름으로 건설노동자 인터뷰를 보내왔다. 여덟 차례 걸쳐 싣는다. “한 개 회사가 아니라 다수 회사들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룰(규칙)을 만들어야 돼요. 한 현장에서 단체협약을 체결해 노동조건을 상향시키더라도 그 현장 공사가 끝나는 순간 현장 단체협약은 무력화됩니다. 오히려 그 현장에서 일한 조합원들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3지대장의 산화 이후 삭제된 ‘건설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이들이 모였다. 인권, 노동안전, 미디어, 구술기록 등 다영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건설노동자의 목소리’ 인터뷰 기획팀이라는 이름으로 건설노동자 인터뷰를 보내왔다. 여덟 차례 걸쳐 싣는다. “우리 크레인 같은 경우는 철판 안에 있잖아요. 유리창으로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아요. 기름값 때문에 에어컨도 못 틀고요. 앉아서 일한다고 편해 보이죠? 엉덩이 겹치는 부분에 땀띠 다 나요. 아이들 땀띠 날 때 바르는 거 다 발라 봤어요.”34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3지대장의 산화 이후 삭제된 ‘건설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이들이 모였다. 인권, 노동안전, 미디어, 구술기록 등 다영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건설노동자의 목소리’ 인터뷰 기획팀이라는 이름으로 건설노동자 인터뷰를 보내왔다. 여덟 차례 걸쳐 싣는다. “4시쯤 일어나죠.”이른 아침부터 돌아가는 건설현장이지만, 콘크리트 펌프카 조종사인 김현권씨의 하루는 더 일찍 시작한다. 멀찍이 떨어진 주기장(건설기계 주차장)으로 펌프카를 가지러 가야 해서다. 그는 2002년 펌프카 일을 시작했다. 그 전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3지대장의 산화 이후 삭제된 ‘건설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이들이 모였다. 인권, 노동안전, 미디어, 구술기록 등 다영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건설노동자의 목소리’ 인터뷰 기획팀이라는 이름으로 건설노동자 인터뷰를 보내왔다. 여덟 차례 걸쳐 싣는다. “일하려고 노조에 가입했어요.”이태봉씨(46·사진)가 건설노조에 가입한 이유는 명료했다. 일자리가 절실했다.마흔여섯이라는 늦깎이에 건설현장에 발을 디뎠다. 적은 자본으로 시작한 사업은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인생은 위기를 맞았다. 세상의
고용노동부가 2024년 최저임금을 9천860원으로 지난 4일 고시했다. 올해 최저임금 9천620원 보다 240원(2.5%) 올랐다. 논의기간은 역대 최장을 기록했지만 인상 수준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데다 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3.4%)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저임금위 논의 과정에서는 노동자위원 해촉을 시작으로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전망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 보도로 독립성 침해 논란이 반복됐다.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산업공익재단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63·사진)을 만나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지부 3지대장의 산화 이후 삭제된 ‘건설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이들이 모였다. 인권, 노동안전, 미디어, 구술기록 등 다영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건설노동자의 목소리’ 인터뷰 기획팀이라는 이름으로 건설노동자 인터뷰를 보내왔다. 여덟 차례 걸쳐 싣는다. 홍세호씨는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아파트를 짓든 호텔을 짓든 ‘힘들고 습한’ 공사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는 군대 가기 전부터 지금까지 15년 이상을, 기초를 다진 땅에 파이프를 박고 그것들을 옆으로 또는 위로 연결해 건물의 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