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31일 노사정 대표자들이 8년 만에 한자리에 앉았다. 돌고 돌아 어렵사리 마주한 자리는 서로의 어깨가 닿을 만큼 작은 원형테이블이었다. 표정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까지 허심탄회하게 내놓고 대화하자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이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탈피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에 합의한 노사정은 손을 맞잡은 채 역사의 한발을 함께 내디뎠다.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평범한 삶이 더 좋아지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노동시간단축을 "우리의 삶을 삶답게 만들기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 체질을 바꾸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힘을 실었다.이런 다짐은 1년도 안 돼 고꾸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17일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단축은 국민 공감이 중요하다"며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언론과 재계가 "노동개혁으로 기업이 망
한 시간, 그리고 15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심사했던 올해 5월25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전날 밤 9시부터 시작된 회의 차수가 자정부터 바뀌면서 지금의 최저임금법과 같은 제안이 급부상했다.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정 비율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는 방안이었다. 소위는 정회한 뒤
2017년이 노동존중 사회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의 보폭 맞추기였다면, 2018년은 서로의 다른 지향점을 확인하고 갈등의 서막을 여는 해였다. 노동시간단축·최저임금·사회적 대화 그리고 수많은 산업재해와 국회에서 발목 잡힌 민생법안까지. 그래서일까. 올해의 인물 상위권은 정부·여당 인사에게 돌아갔다. 면면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이유보다는 부정적인 이유가 노사정·전문가들의 선택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좌충우돌' 올해의 인물 1위 홍영표가 노사정·전문가 100인에게 물었더니 가장 많은 이들이 올해의 인물
노동계는 2018년을 줬다 뺏은 허탈과 좌절의 한 해로 기억했다.올해 7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시행됐다. 노동시간단축 기대도 잠깐,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 계도기간(처벌유예) 6개월 연장으로 벌써부터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도 논의 중이다.올해 최저임금은 7천530원. 16년 만에 최고 인상률(16.4%)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회는 내년부터 정기상여금과 식대·교통비·숙박비의 일정 비율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도록 법을 바꿨다. 노동계는 '줬다 뺏는 최저임금'이라고 비판했
작업치료사 우시은(33)씨는 요즘 병원이 아닌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으로 출근한다. "저는 환자를 치료하는 치료사입니다.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한다. 올해 8월 금천수요양병원에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병원측은 우씨 부모님에게 계약해지 사실을 내용증명으로 보냈다."전 직장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다가 오랫동안 일할 곳을 찾아서 2016년 8월 금천수요양병원으로 이직했어요. 올해 9년차입니다. 작업치료사는 연차가 높으면 구인하는 곳이 없어 이직이 어렵기 때문에 신중하게 입사지원서를 썼죠. 그런데
“신문을 창간할 당시 나중에 경영이 어려워져도 매일 나올 수 있도록 ‘매일’이라는 글자를 꼭 넣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매일노동뉴스가 나무에서 숲이 되기까지 많은 관계자와 독자의 애정이 있었다.”2009년 1월5일 매일노동뉴스 지령 4천호 기념식 및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당시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의 말이다. 매일노동뉴스는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지난 23일 타계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진보노동언론 매일노동뉴스의 초대 발행인이자 대표였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매일노동뉴스를 이끌었다.고인이 아꼈던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지난달 31일 시작되면서 여야 정당이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 출범 흐름을 타고 여당 압승이 점쳐진다. 그런 가운데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대폭 늘린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노동계 불신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기존 정치인들에게 정치를 맡길 수 없다”는 명제에 불을 붙였다.노동자 170여명 지방선거 격전지로3일 여야 정당에 따르면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노동자 후보는 170여명이다. 각 당이 보내온 노동자 후보 명단과 민주노총
“더 이상 새벽 첫차 타고 출근하지 말고, 막차 타고 퇴근하지 맙시다.”지난 1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2번 출구 앞. 성수동 갑피(신발 윗부분) 제화공 이현수(61)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새벽 본사 점거농성을 해제하고 건물 밖으로 나온 탠디 제화공 70여명과 일을 마친 성수동 제화공 300여명이 박수로 공감을 표했다.탠디에서 타오른 불씨가 성수동으로 옮겨붙었다. 탠디 하청업체 제화공 노사가 8년 만에 공임 인상에 합의하자 수제화 메카인 성수동에서도 변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같은날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주최한 제화노동
1987년 헌법체제가 30년 만에 종언을 고하려고 한다. 87년 민주화운동 성과로 들어선 헌법체제는 유신과 5공화국 헌법체제보다 진일보한 것이었지만 한계는 여전했다. 실제로 30년간 한국 사회에서 노동은 소외와 배제, 심지어 적대적 대상이 돼 버렸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양극화와 저임금·불안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국민은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헌법체제를 요구했다. 노동존중 사회와 온전한 노동 3권 보장,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 정부 개헌안 마련을 주문하면서 6·1
가 지난달 실시한 ‘2018년 주목할 인물’ 설문조사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위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2위였다. 민주노총이 새 지도부 구성으로 태세 전환을 하고 사회적 대화에 나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사정 관계자와 노동전문가 100명 중 41명이 ‘민주노총 차기 위원장’을 2018년 주목할 인물로 꼽았다. 조
지난해 연말을 달군 국회발 노동시간단축 논의는 2018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노사정 사회적 대화 재개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노사정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2018년 주목할 노동이슈로 ‘노동시간단축’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올해 주목할 인물 1위로 선정했다. &
지난 7일 저녁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가면무도회였다. 화려한 문양과 색으로 반짝이는 가면 대신 노란 종이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사람들이 모였다. '쿵쾅쿵쾅' 비트에 춤을 추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섞여 속내를 털어놓았다. 자신을 보호할 거라고는 종이 쪼가리 하나뿐인 사람들이 아픔을 토로하고 위로를 주고받았다.이날 행사는 직장갑질119라는 단체에서 기획했다. 야한 옷을 입고 장기자랑을 하라는 강요를 받은 간호사들 얘기로 논란이 된 한림대 성심병원 문제를 제기한 단체다. 노동자들의 용기 있는 폭
우연의 일치일까. 지난해 12월 국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뒤 ‘박근혜표 노동정책’이 법원 판결로 무너지기 시작했다.대전지법 민사21부는 올해 1월31일 박근혜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이었던 성과연봉제 확산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철도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철도시설공단·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노동자들이 각 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취업규칙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받아들였다. 노동자 과반수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 도입·확산을 밀어붙인 기관이었다.법원은 “취업규칙 적용시점이 늦춰지는 동안 헌법상 노조에 보장된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일자리위원회 출범에 속도를 냈다. 임기를 시작한 올해 5월10일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같은달 16일 국무회의에서 ‘일자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의결하면서 대통령직속 일자리위가 출범했다. 일자리위는 6월1일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주도 성장, 포용적 성장’
2017년은 국민의 힘으로 정권이 교체된 역사적인 해죠. 국민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고, 헌법재판소는 올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 역사적 현장을 함께한 촛불시민 1천700만명이 이달 5일 독일에서 ‘2017 에버트 인권상’을 받아 관심을 끌었습니다.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올해 인권상 수상
가깝게는 2014년부터 시작된 노동시간단축 논의를 매듭짓는 것은 쉽지 않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는 올해 7월 휴게·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이기로 잠정합의했다. 지난달 23일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근무를 2021년 7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적용하고 휴일근무 수당 중복할증을 하지 않기로 여야 간
1월2일 국회 청소노동자들 정규직으로 첫 출근19일 KB국민은행 2천795명 희망퇴직 결정 발표23일 서울시 '주 40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발표24일 한국노총 26대 위원장에 김주영 후보 당선31일 대전지법, 5개 공기업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2월1일 서울도시철도 7호선 기관사 과로사8일 대법원, 백화점 입점업체 판매원 노동자성 인정10일 KTX 해고승무원 투쟁 4천일17일 대전지법,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 징역형 선고27일 한국철도공사, 성과연봉제 파업 주도 노조간부 255명에 징계 통보3월10일 헌법재판소
최저임금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은 한 해였다. 한쪽은 환영했고, 다른 쪽은 힘을 빼려고 머리를 짰다. 그러다 보니 최저임금을 둘러싼 이슈가 노동계의 주목을 받았다. 30명의 노·사·정·전문가들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놓고 일어난 노동계와 재계의 충돌을 2017년 주요 노동뉴스 11위로 꼽았다. 공동 3위로 꼽힌 2001년 이후 최대 폭 최저임금 인상률(16.4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올해 1월과 11월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교육부는 조기취업형태 현장실습을 학습 중심으로 전환하는 대책을 내놨다. 올해 1월 LG유플러스 고객상담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전주 특성화고 홍수연양이 실적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에는 제주 특성화고 이민호군이 음료공장 현장실습 과정에서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