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조용히 지나갈 수밖에 없었지만 지난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이날은 세계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날로, 1908년 3월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장미”(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를 요구하면서 시위를 한 것에서 시작됐다.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여성들의 참정권이 실현된 지 이제 겨우 100년 남짓에 불과한 것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러한 주장이 여성노동자들에게서 시작됐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임금노동을 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노동자로서의 권리, 혹은 인간으로서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서는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라면 중대재해로 규정한다. 그런데도 법조문의 내용을 제목으로 기고하게 된 것은 서산공장 폭발사고 때문이다.3월4일 새벽 3시께 충남 서산 대산공단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났다. 치솟는 불길로 대낮처럼 주변이 훤해졌고, 인근 주민들은 지진이 났다고 느낄 정도였다. 공장 인근 주택과 상가의 깨진 유리창과 망가진 건물들이 당시의 충격을 대변해 줬다. 천만다행으로 사망자는 없었지만, 노동자와 인근 주민을 포함한 부상자는 60여명이나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2000년 이후 주기적으로 바이러스 전염병 대유행이 발생하고 있다.최근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처럼 연도를 나타내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은 향후에도 주기적으로 이런 바이러스의 유행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개인에게 전가되는 공포와 불안지침과 매뉴얼은 어디에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면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지난달 10일 대학 3학년 재학 중 외항선 승선실습을 위해 실습기관사로 승선한 현장실습생이 출항한 지 닷새 만에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이후 여전히 되풀이되는 해기사 실습 문제를 제기하며 해양수산부·교육부·대학의 늑장 대처와 무능함을 질타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졌고, 해수부는 부랴부랴 같은달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실습선원 사망사고 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와 실습선원 권리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필자가 일하는 지역에서 발생했고, 현장실습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이기에 이후 관할 부처의 대처를 살펴봤다. 우선 안타깝게도 2명의 사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날 때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있었다. 그 첫 시작은 ‘기업살인법’이었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인 2015년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에서 “시민·노동자 재해에 대한 기업·정부 책임자 처벌법” 제정을 위한 입법청원이 있었고, 2017년에는 고 노회찬 의원이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처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름을 바꿔 가며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아직까지 통과되지는 못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법이 악법이어서 중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한 뒤 조사와 판정 과정이 순조롭고 신속하게 이뤄질까.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은 산재 자체에도 힘들어 하지만 이를 처리하는 공단 행정 문제를 여전히 지적하고 있다.첫째, 산재신청 과정이 불편하다. 지난해 8월 공단은 산재신청서 서식이 쉬워진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기존 초진소견서는 병원에서 발급해 주기를 거부하거나 의사도 잘 알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에 요양급여소견서를 제출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경우 진단서나 소견서를 첨부해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그런데 공단 관행은 많이 바뀌지 않
28번째 확진자 발생 이후 며칠간 추가 확진자가 없어 이대로 상황이 종료되는 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품게 했던 코로나19 사태가 얼마 전 29번째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29번째 확진자에 이어 31번째 확진자까지 해외여행력이 없고 기존 확진자와의 접촉이 없는 등 감염원과 감염경로가 불확실해서 그동안 우려해 왔던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하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모든 확진자의 감염원과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있었던 지금까지는 확진자 동선을 파악해 접촉 가능성이 있었던 모든 사
쉽게 상하지 않게 하거나 맛나게 느끼도록 혹은 그렇게 보이도록 더하는 무수히 많은 식품첨가물, 건축물 내장재, 편리한 플라스틱 용기와 랩, 아이들 젖병·장난감·가전제품·컴퓨터·소파·침대 등에 들어 있다는 환경호르몬, 찌든 때·기름때·더러운 변기 등을 손쉽게 청소해 준다는 주방과 화장실·욕실용 세제들, 화장품·샴푸·악취제거를 위한 방향제들, 모기약과 해충 박멸제, 늘 입는 옷들, 그리고 이런저런 건강보조제와 의약품들, 의식주를 위한 거의 모든 것들 안에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현재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10만종이 넘는다. 매년
우리 사회가 ‘소수자’라 칭하는 존재들이 있다. 여성·장애인·청소년·이주노동자·성소수자가 대표적이다. 소수자는 사회의 권력관계 속에서 그 특성이 소수에 위치하는 사람의 입장이나 집단이다.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그 사회의 시스템, 문화 등이 어떠한가에 따라 기존 성원도 얼마든지 소수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차별을 만들어 내는 권력관계가 무엇인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사람들은 흔히 인간을 여성과 남성 둘만 존재한다고 여긴다. 이분법 속에서 여성의 역할, 남성의 역할을 나누고 각 성에 적합한 직업이 있다고 여긴다
국회는 2019년 국정감사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의 부실한 조사와 심리 문제를 제기했다. 2018년 재심사 사건 3천500건 중 현장조사가 0건이고, 산재재심사위를 거친 사건의 행정소송 패소율이 그렇지 않은 사건의 패소율보다 높다는 것이 주된 지적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산재재심사위 제도 운영 개선계획’을 내놓았고, 산재재심사위는 ‘2020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개선계획을 반영했다. 그러나 심리회의를 내실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업무 추진계획은 실질적 개선사항이 부족하다.첫째, 현장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에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해 보자. 목격자도 CCTV도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증거는 가해 차량 블랙박스뿐이다. 그런데 가해 차량 운전자가 블랙박스 제공을 거부한다. 심지어 가해자는 피해자인 내가 혼자 넘어진 것이고, 교통사고 자체가 없었다고도 주장한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현장에 출동하지도, 자료조사를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경찰은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있으므로 피해자가 자료를 받을 권리는 없고, 경찰이 수집한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해서 받아 갈 수 있다고만 설명한다. 가해자가 제출한 자료를 받아 보니 기한이 오래돼서 블랙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노동정책은 단연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일 것이다. 2018년 7월 300명 이상, 올해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 중이다. 48.7%의 직장인들이 주 52시간 근무제로 야근이 줄었다고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고(비슷하다 43.6%, 늘었다 7.7%), 근무시간이 하루 평균 13.5분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 온라인 숙박 예약 업체들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는 등 다양한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비록 올해 50명 이상 30
필자는 노동조합에서 노동안전보건업무를 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교육을 할 때마다 일하다가 다치거나 질병이 발생하면 산재를 신청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다니지만, 현실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금속노조 사업장들도 조합원들이 산재처리를 꺼리고 공상으로 처리하는 실정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대부분 산재 신청·처리 절차에 대한 어려움과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산재 불승인 우려와 회사에 찍힐 것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기 때문이다.직장내 괴롭힘과 산재 피해자의 고통최근 상담을 했던 A씨 사연은 산재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의 종합백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1위가 많다. 그중 심각하게 바라볼 문제는 바로 자살이다. 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자살 사망자는 1만2천463명으로, 하루 34~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이고도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 중 노동자 자살은 4천231명으로 확인된다. 안전사고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지만 업무 스트레스 등 일과 관련한 노동자 자살 역시 심각하다.정부 역시 심각성을 안다. 2018년 1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국민 안전을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로 삼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며 “2
필자는 지난달 16일 공공노총 산하 전국우체국노조가 주최한 “우체국 창구노동자의 노동현실 이대로 좋은가” 국회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집배노동자의 살인적인 근무조건에 가려진 창구노동자의 노동강도·근골격계 질환·감정노동 등이 다뤄졌다. 그래서 필자는 토론문에서 우정사업본부와 노동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다면 그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를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집배노조에서 과로사를 막으려면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
올해 7월16일부터 시행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인들에게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하루 평균 16.5건의 진정이 제기됐다고 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자신이 직장에서 경험한 일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문의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이런 폭발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아직 미미한 듯하다. 이달 초 한 직장인 커뮤니티앱에서 실시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체감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1.8%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
12월2일 충북 청주 오창읍의 한 필름제조업체인 더블유스코프코리아 공장에서 유독가스인 디클로로메탄이 유출됐다. 그로 인해 36세와 28세의 청년노동자가 질식사고를 당했다. 그중 한 명은 뇌사 상태에 빠진 중대재해였다. 디클로로메탄은 뇌와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충청북도가 2년 연속 발암물질 배출 1위를 기록하게 한 화학물질이기도 하다. 올해만 해도 충주·제천·옥천에서 질식사고를 비롯해 화학물질 누출·폭발로 인한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관할지방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이 어떤 물질을 어떻게, 얼마
2018년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소송 사건 중 2천312건이 확정됐는데, 그중 취하·조정 등을 제외하고 공단이 패소한 사건은 344건(패소율 14.3%)이다. 이 중 업무상질병 사건 패소율은 11.8%이지만 소음성 난청 사건은 패소율이 무려 51.4%로 높다. 169건 중 72건이 확정됐고, 37건에서 공단이 패소한 것이다. 재판 중 조정으로 소송을 취하한 14건을 포함할 경우 51건에서 사실상 패소해 패소율이 무려 71%에 육박한다. 단일 질병 중에 이렇게 패소율이 높은 사안은 산재보험 역사상 거의 보기 어렵다.소음성 난청 사건에서
지난 4일 오후 1시, 어느 이름 모를 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던 공장에서 사망했다. 금형을 이용해 금속을 가공하는 프레스기에서 정비작업을 하던 중 무게 700톤짜리 프레스기에 상체가 깔려 머리와 상체가 짓눌려 죽음에 이른 것이다. 감히 상상조차 안 되는 무게다.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금속 기계에 눌린 그는 8시간에 1명, 하루에 3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하는 한국에서 두부와 상체가 협착돼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뒤늦게 고인이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동포 이주노동자, 50대 김아무개씨라는 것이 밝혀졌다.이주노동자 사망사고는 어제오늘
지난 6월 고용노동부 국민자문단 자격으로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축 상설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회의에는 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과 산재예방지도과장, 안전보건공단 직원 등이 참석했다. 2022년까지 산재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부 목표에 따라 행정기관들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일선 근로감독관들은 사망재해 발생 사업장의 법 위반 행위를 수사하고 증거를 수집해 검찰에 송치하는데,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지나 돌아온 형사처분 결과는 자신들 예상과 달리 처벌수위가 너무 낮아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