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손진우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기후위기가 가져온 폭염이라는 재난은 지금 시기를 겪어 내는 모두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폭염은 자칫 평등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노동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폭염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정부는 지난달 25일 폭염에 따른 노동재해를 막기 위한 ‘폭염 대비 노동자 긴급 보호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의 핵심은 무더위가 가장 심한 오후 2~5시에 전국의 건설현장에 작업중지를 강력하게 지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안전
또다시 외국 이야기를 들먹이고자 한다. 1931년 발표된 하인리히 법칙이다. 중상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에 앞서 29건의 경상과 300건 정도의 발생할 뻔한 사건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1건의 사고는 우연이 아니고, 수십 개의 제동장치가 제 기능을 못 해야 비로소 발생한다는 의미다. 수십 개의 제동장치 중 하나라도 작동하면 웬만해선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단 1건의 사고를 예방하려면, 평소에 존재하는 수십 가지의 위험요소를 찾아내야 한다. 사고 후에 보여주기식으로 몇 가지 조치만 해서는 예방이 안 된다.그런데 하나의
이달 12일부터 근로복지공단이 온라인에서 직업환경연구원이 수행한 전문조사 사례를 공개하고 있다. 직업환경연구원은 2006년 산재의료원 산하 직업성폐질환연구소로 출발해 산재의료원과 근로복지공단 통합 등 몇 차례의 조직 변화를 거치면서 지금은 직업성 질환에 대한 임상연구와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 진폐사망 여부 자문 등을 수행한다. 직업환경연구원에서는 매년 530건 안팎의 조사를 수행하며 현재 온라인으로 검색되는 보고서는 157건이다. 직업성 암, 호흡기계 질병, 기타질병 같은 질병분류와 직종·업종 등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매년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지난 1일 출범했다. 산재사고 예방기능을 확충하고 현장 관리를 강화하며 새로운 안전·보건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기존 본부조직(1국 5과 47명)을 1본부 2관 9과 1팀 82명으로, 지방관서 조직을 63과 2팀 821명 체제로 확대·개편했다.산업안전보건본부 설치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한 후속조치이며,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위한 사전 작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은 중대재해예방과 더불어 근본적인 안전보건 정책·집행 변화
몇 주 전 일요일 연구소 대표메일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상당 기간 일터 괴롭힘에 시달렸던 그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 희망을 걸고 용기를 냈다고 한다. 관할 지방노동관서에 도움을 요청하여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으나, 오히려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피해밖에 없다는 호소였다. 자신과 같은 피해를 당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그 누구도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 기대를 걸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절실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7월16일이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최근 언론사 두세 곳에서 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재해조사 의견서’의 문제점을 분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필자는 변호사일 뿐이고 안전 분야 전문가는 아니어서, 비전문가 수준에서 내용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를 분석할 능력은 없다고 일러 두고 자료를 받았다. 그러나 필자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도 명백한 문제점이 보였다.필자가 지금까지 사건을 하면서 봤던 몇 건의 재해조사 의견서는 다음의 목차로 이뤄져 있었다1항 개요, 2항 재해자 인적사항, 3항 재해발생 경위, 4항 재해조사 내용, 5항 조사자 의견(원인과 대책), 6
공장을 돌리려면, 건물을 올리려면, 교통수단을 이용하다 보면 사고는 나고 사람은 죽고 다치기 마련이라고들 했다. 수십 년을 그리 지내다가 세월호 참사를 눈앞에서 지켜본 이후에 우리는 달라졌다. 다치고 죽기 마련이었던 것이 아니라 보호하고 살리지 못했던 것이었다. 죽고 다치게 되는 데는 이유가 다 있었고, 살리지 못한 것은 구조적인 무능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압축적인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에서 잇따르던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재해를 오늘에 와서는 더 이상 수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무책임한 기업의 이윤추구에 따른 산업재해와 사회적 참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안경덕 장관 주재로 전 지방관서와 안전보건공단 전 지역본부 등이 참석하는 ‘산재 사망사고 위기대응 TF 대책회의’를 개최해 법 위반 사업장은 엄정한 행정·사법조치를 해 일벌백계하고, 중대재해 사업장은 반드시 작업중지를 하되 노동자 안전이 확보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작업중지를 해제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노동부가 산재 사망사고에 칼을 뽑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니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장관께서는 정말 해당 대책으로 산재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산재 사망사고 위기대응
‘드러나야 안전하다.’ 노동안전보건활동 과정에서 상식처럼 쓰이는 말이다. 산업재해 실태가 정확히 파악되고, 실체가 가감 없이 드러나야만, 이를 기초로 정책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감추고, 가려서는 당장의 문제를 은폐할 수 있지만 결국 문제 해결에 도달하지 못하고 더 큰 사고와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키울 수 있으므로, 실태를 제대로 드러내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정부의 산업재해예방 정책에 공백이 있다는 지적을 할 때마다, 실제 현장과의 괴리를 거론하게 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가려지고, 은폐돼
최근에 기자들로부터 자주 연락을 받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는데도 왜 현장은 그대로냐는 것이다. 여기서 ‘그대로’의 정확한 의미는, 기본적인 조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대로’라는 것이다. 기자들 중 상당수는 취재와는 무관하게, 반복되는 현실이 개인적으로도 참 답답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서초동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서면이나 쓰는 필자에게 묘안이 있을 리가 없다. 다만 이 지면을 통해서 오늘도 여러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동지들이 해 온 말을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알 권리,
다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최근 수 년 안팎으로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 건강과 관련한 제도 중 가장 두드러진 진전은 업무상질병에 관련한 산재판정 및 요양·보상 관련 부분에서 있었다고 생각한다.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옹호하는 위원들이 적지 않다. 적용이 요원하기만 했던 (한때 당연 인정기준이라고도 불렸던) 업무관련성 추정의 원칙이 불충분하나마 도입됐다. 업무관련성평가 특진제도가 생겼고, 침습적 치료와 천편일률적 물리치료 중심에서 재활과 직장복귀를 전제로 한 체계적 접근이 근로복지공단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금속노조가 제기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처리지연 문제에 강순희 공단 이사장은 근본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공단의 노력을 알아 주지 못하는 것에 볼멘소리를 했다. 강 이사장이 공단의 노력과 성과로 제도들이 개선된 것마냥 치장했던 보험가입자 의견서를 신청인에게 제공하는 절차, 산재용 소견서 대신 진단서로 갈음할 수 있는 절차 등은 공단이 자발적으로 개선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켜켜이 쌓여 왔던 병폐로 고통받았던 노동자들의 투쟁과 사회적 요구에 따라 일부를 수용을 한 것이다. 여기에 강순희 이사장은 5월3일자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공
필자는 4월5일자에 산재보험 제도 문제와 관련해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칼럼을 썼다. 이에 대해 강 이사장은 같은달 13일자로 답변했는데, 그의 글을 읽고 공단의 수준과 역량에 대해 심각한 회의가 들었다.강순희 이사장이 개선된 것이라면서 제시한 산재보험 제도는 모두 필자가 수년간 이 지면을 통해 지적한 공단의 문제 중 일부에 불과했다. 그조차 공단이 주체가 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고용노동부의 지시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공단의 제도개선 몇 가지를 통해 노동자들과 산재 유가족의 어려운 처지와
남겨진 이들이재훈씨는 지난 5월8일 아들의 빈소에서 카네이션을 건네받았다. 17일째 냉동고에 싸늘한 시신이 돼 있는 아들 고 이선호씨를 대신해, 밤낮으로 장례식장을 함께 지키던 아들의 친구들이 ‘어버이날’을 맞아 건넨 꽃이었다. 아들의 친구들과 이재훈씨는 선호씨의 산재사망을 계기로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는 동지가 돼 가고 있었다.4월22일 청년노동자 선호씨는 아버지 이재훈씨와 함께 일하던 평택항 부두에서 죽음을 맞았다. 선호씨는 개방형 컨테이너 해체작업에 보조업무로 투입됐다가 갑자기 내려앉은 컨테이너 상판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언론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암이란 ‘선고받았다’고 표현하는 두려운 병이었다. 의학의 발달로 암 생존율이 높아졌지만, 암은 여전히 환자의 건강, 가족의 생계에 큰 타격을 주는 두려운 존재다. 암 환자는 병의 원인을 수없이 자문하곤 한다. 하지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원인불명도 많은 암 예방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비교적 원인을 찾기가 수월한 것이 직업성 암이다. 국제암연구소가 정한 1군 발암물질 120종 중 70종을 작업장 노출에서 찾아냈을 정도로 직업은 암 예방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따라 직업성 암은 국민 암 예방 사업
막을 수 있었던 재해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계속 죽어 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사회적 문제의식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으로 모였다. 그 성과로 비록 부족하기는 하지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지난 1월8일이다. 그리고 1월25일 집권여당 대표가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이미 앞선 기고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담고자 했던 바가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입법’ 이후에 구체적인 ‘행정’을 통해서 실현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행정조직이 필수적이다.
산재할래? 공상할래?일하다 사고나 근골격계 질병 등으로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산재를 신청할지 혹은 공상처리를 할지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공상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공상은 법률용어도, 공식적인 용어도 아니다. 공상은 법죄행위인 산재은폐를 조장하는 수단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회사는 고용노동부에 산재발생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재해율이 낮게 되면 노동부 감독대상에서 제외된다.그런데도 노동자들은 법적인 권리인 산재를 왜 포기하는 것일까?근로복지공단 태도와 업무처리 지연산재은폐(공상)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10만명의 국민동의 청원 과정을 거쳐 발의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초 가까스로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이므로, 형식적으로는 국회가 이 법을 제정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을 만든 것은 국회의원이 아니다. ‘산재사망 공화국’에서 죽어간 구의역의 김군,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수원 고색동 건설현장의 김태규, 다가올 29일이면 1주기를 맞는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 참사 38명의 희생자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산재사망 노동자들의 희생이 이 법을 만들었다
지난 칼럼(2021년 4월8일자 ‘중대재해 예방 지름길은 올바른 재해조사’)에 이어서 ‘재해조사 보고서의 질적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김태구 외, 안전보건공단 연구용역)를 다시 보자. 이 연구는 재해조사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 외에도 중대재해에 관한 재해조사보고서 공개가 ‘부분적으로는’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다. 다만 ‘공개 대상’은 모든 중대재해가 아닌 “안전보건공단 중앙사고조사단에서 조사하고 있는 대형사고 중심”(1년에 약 30여건)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또 ‘공개 시기’는 “1심법원 판결 이후 30일 이내”라고 단서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 글을 쓸 때마다 매번 이야기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대표이사·원청을 처벌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 예가 구의역 김군 사건 형사판결이다(서울동부지법 2018. 6. 8. 선고 2017고단1506 판결). 다만 올해 만들어진 새로운 법은 구의역 김군 사건과 같이 여론의 주목을 받는 사건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에서 동일한 잣대로 경영책임자와 원청의 책임을 물으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그 내용이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다.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