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업살인 처벌법’을 거론했을 때 모두가 놀랐다. 서 의원 성향을 고려하면 의외의 법안 발의였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상황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여 지난 2014년 5월14일의 일이다. 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이자 새누리당 맏형을 자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방송에 나와 악어의 눈물을 흘릴 때 서 의원도 이를 지켜봤다. 서 의원은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과 관련해 “사고 원인자 및 비호세력에 대해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행보가
검찰 칼끝은 어디로 향할까.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가 지난 18일 삼성전자서비스 본사·해운대센터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와해 공작’과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와 거점 사업장을 겨냥한 것이다. 검찰이 압수수색한 해운대센터는 위장폐업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12일에도 삼성전자서비스 남부·경원지사, 해당 지사와 본사 임직원 거처 7~8곳을 압수수색했다.이번 압수수색은 17일 삼성전자서비스 노사가 AS센터 노동자 7천700여명 직접고용과 노조활동 보장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검찰의 수사 칼끝이
네이버와 넷마블게임즈는 포털과 게임업계의 양대 산맥이다. 두 기업 모두 수평적 조직문화와 활발한 의사소통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일을 통한 즐거움과 자기계발을 추구하는 ‘덕후’들이 모였다고 자평한다. 포털과 게임에 익숙한 청년들에게 두 기업은 선망의 대상이다.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꿈의 직장에서 최근 균열이 일어났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GIO(글로벌투자 책임자)와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대표이사 얘기가 아니다. 지난 2일 창립을 선언한 네이버노조가 주인공이다. 정확히 말하면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
현재는 관뒀지만 3년 정도 주말농장에 나간 적이 있다. 그 시절, 함께한 어르신은 “무릇 농사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하셨다. 대학 농촌활동 경험이 전부인 초보농군은 어르신 얘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주말농장에 참여하는 이들이 개설한 인터넷 대화방에 가 보니 궁금증이 풀렸다. 조상들은 ‘심는 시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작물마다 수확을 최대로 할 수 있는 시기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심는 시기는 너무 빨라도 너무 늦어도 안 된다. 음력에 맞춰 체험적으로 결정한다. 태양주기를 24절기로 나누되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러 부처가 내부개혁 깃발을 올렸지만 성과를 거둔 곳은 드물었다. 두드러진 성과를 낸 곳은 국가정보원 정도다. 세월호 참사 관련 사이버 대응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자치단체장 사찰, 국정원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선보고 사실이 차례로 밝혀졌다. 적폐청산 TF가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국정원 개혁발전위는 지난해 11월 불법행위 관련자 54명에 대해 검찰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국정원이 나서자 다른 부처도 동참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외부 전문가·학자를 중심으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위원장 이병훈)를 장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겨울, 시위에 나선 시민들에게 헌법 1조는 날 선 무기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 시절 얼떨결에 팔뚝질을 하며 헌법 1조를 외쳤던 기억이 난다. 헌법 1조는 내 안으로 들어왔고, 내내 입속말로 웅얼거릴 정도였다. 심지어 헌법 1조는 노랫가락으로 다시 태어났다. 팔뚝질과 함께 부르는 운동가요 가사의 일부였다. 입에서 입으로 퍼진 노랫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화살이 됐다. 정권교체 밀알이었다.이처럼 헌법이 모든 이들의 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자리 미스매치’를 청년실업 원인으로 꼽는다.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데, 청년들은 열악한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20만개의 비어 있는 중소기업 일자리에 주목하고 있다”며 일자리 개수까지 언급했다.정부는 2008년부터 10년간 21차례에 걸쳐 범정부 청년실업대책을 제시했다. 일자리 미스매치는 청년실업 원인 1순위였다. 김 부총리의 판단이 새삼스럽지 않다. 그래도 김 부총리 말에 귀를 쫑긋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청년고용 상황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하면서 새해를 시작했다. 신정 연휴가 끝난 1월3일 방문했으니 첫 방문지나 다름없었다. 위기에 처한 조선소와 노동자에게 힘을 주고자 했다. 조선업 강국이라는 옛 영광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해양강국은 포기할 수 없는 국가 비전”이라며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한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을 1분기 중에 마련해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위기로 신음하던 경남지역 조선소 노동자들은 문 대통령 발언에서 희망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그로부터 2개월여가 지난 8일,
국회가 오랜만에 해야 할 일을 했다. 모처럼 여야 합의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노동시간단축 논의를 시작한 지 5년 만이다. 주당 노동시간 상한을 68시간으로 여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폐기된다. 법정 노동시간은 주당 40시간, 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연장노동은 주당 12시간만 허용된다. 주당 노동시간 상한은 52시간이다. 2004년부터 시행된 근기법 개정안(주 40시간제)이 14년 만에 정상화 수순을 밟는 셈이다. 2018년 2월28일 국회는 노동시간 상한을 둘러싼 해석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노동시간
더불어민주당이 검토한 노동시간단축 안은 사실상 ‘휴일·휴가제도 개선’의 연장선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안은 국회에서 발의된 휴일·휴가제도 법 개정안을 망라한다.첫 번째 방안은 주휴일 노동을 금지하되 이를 어기는 사용자를 처벌한다. 휴일에 출근해 일하는 노동자에겐 통상임금의 1.5배 수당과 일한 시간의 1.5배 휴가를 보상한다. 예외적으로 허용된 휴일에 일하면 금전보상 없이 일한 시간의 1.5배만큼 휴가를 준다. 두 번째 방안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을 민간부문에도 유급휴일로 보장한다. 불가피하게
지난 6일 문을 닫은 조선대학교 산학협력단 광주근로자건강센터를 보면 씁쓸한 느낌이 든다. 연초부터 청소노동자를 줄이고, 시간제 알바를 채용해 난리법석이던 대학가 풍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지난해 7월 건강관리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은 지 6개월여 만에 사업을 중단한 사례다. 당시 센터는 직업병의 사각지대에 처한 버스·택시 노동자를 대상으로 예방사업을 펼쳐 호평을 받았다. 사업 중단으로 센터 소속 직원들은 엄동설한에 거리로 내쫓기게 됐다.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까지 나서 격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이
채용비리가 적발된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에서 악취가 진동한다. 새해 벽두부터 비리기관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린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재직 중인 이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다. 직업선택에서 기회 평등이라는 소박한 염원마저 앗아 가니 그 분노와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비리 형태는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지난달 30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유력 정치인과 지인 청탁부터 임직원 친인척 자녀 특혜까지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5천건에 육박한다. 감사에 안 걸린 공공기관이 거의 없다. 비리 유형을 보면 너무 교묘해 혀를 내두를
국내 최대 철강기업 포스코가 대기업 노사관계 1번지로 부상하고 있다. 포스코·사내협력업체의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제기된 데다 불법파견 관련한 법정소송도 불붙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지난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포스코가 사내협력업체 노조탈퇴 공작을 했다”며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같은날 열린 기업설명회에 나선 포스코는 3년 만에 매출 60조원대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0조6천551억원, 영업이익 4조6천218억원, 순이익 2조9천735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은 흔치 않다. 파장이 큰 중대사건을 재판할 때 채택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노동문제는 예외인 것 같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임금청구소송 사건을 공개변론으로 진행했다. 18일 전원합의체는 성남시 환경미화원 임금청구소송을 같은 형식으로 다뤘다. 두 사건 모두 임금청구소송이라는 외양을 띠지만 통상임금·노동시간이 쟁점사항이다. 노사가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이자,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공개변론 제목을 ‘휴일근로에 대해 연장근로수당도 지급되나’로 명명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11일 제안한 ‘노사정 대표자 6자 회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참여주체로 보면 2006년과 2009년에 성사됐던 노사정대표자회의와 닮은꼴이다. 이번 대화 테이블에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박병원 한국경총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초대됐다. 노사정위원회가 아닌 노사정대표자회의라는 별도의 대화 테이블을 만들었던 과거의 관행을 답습했다. 노동계가 탈퇴해 노사정위가 불능상태에 빠진 것을 고려했다.논의 의제를 보면 과거와 확연히
새해 벽두부터 대학이 아우성이다. 청소·시설관리직 단시간계약직(아르바이트) 채용문제를 두고 노동조합들이 반발하면서 대학이 악순환의 늪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해가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청소·시설관리 노동자와 대학의 갈등으로 표면화하지만 실상은 저임금 노동자와 사용자측의 대리전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대학 청소·시설관리직 노사 단체교섭에 영향을 준다. 노사가 임금인상에 합의하면 대학측이 신종 근로계약 또는 도급계약으로 응수하는 식이다. 연세대가 대표적이다.노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연세대·이화여대를 비롯한 대학
개와 고양이는 다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그렇다. 고양이는 홀로 즐기는 법을 알며, 사색할 줄 아는 동물로 여긴다. 주인이 멀리 나가더라도 고양이는 까탈스럽지 않다. 반면 개는 홀로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주인과 늘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고, 떨어지면 우울한 것처럼 보인다.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자신을 따르는 개를 충직과 의리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위험에 처한 주인을 구하는 개의 신화는 이런 신념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그런데 이것은 개에 관한 ‘의인화’일 뿐이다.
노동조합 조합원은 느는데 조직률은 제자리걸음인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고용노동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2016년 말 전체 조합원은 전년보다 2만8천명 늘어난 196만6천명이다. 노조 조직률도 전년보다 0.1%포인트 오른 10.3%를 기록했다. ‘노조 아님’ 통보를 받은 전교조를 포함하면 전체 조합원은 200만명이 넘는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가장 많은 조합원수다. 주요 외국의 경우 조합원과 조직률 모두 감소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니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하지만 우리나라
실타래처럼 꼬인 일을 풀려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단순하고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격언이지만 문제는 실행이다. 대개 “한꺼번에 처리해야 뒤탈이 없다”고 해석하고 실행한다. 당사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설 때 이런 방식을 택한다. 이른바 ‘일괄 타결식’ 해법이다. 이런 합의는 강한 반발을 부른다. 주고받는 합의로 귀결되는 탓이다. 애초 의도는 사라지고 후유증만 남는다.예컨대 지난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 회의가 그랬다. 당시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겨울이 오면 건설현장은 움츠러든다. 날씨가 추워져 땅이 얼어붙으니 건설 시공이 제한적이다. 레미콘트럭·굴삭기·덤프트럭 등 기계화 시공을 담당하는 운전기사들은 공치는 날이 많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쪽으로 몰린다. 주로 대도시권인 부산에 모인다. 지역 경계가 무너지고, 경쟁이 심해져 건설기계 대여료 단가는 형편없이 곤두박질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수주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겨울만 되면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남쪽으로 가는 이유다.덤프트럭 운전기사인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남쪽으로 가지 않았다. 현재 거처는 서울 영등포구 여